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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훈련 연기 ‘성의’ 보인 트럼프… ‘北 실무협상 나서라’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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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3차 정상회담’ 시사 왜 / 전격 연기 발표 10시간 만에 언급 / 북 요구 들어줘 우호적 손짓 건네 / 교착 비핵화 협상 진전 의지 피력 / 김정은 결단 촉구 위한 전략 분석 / 탄핵에 몰려 돌파구 마련 의도도

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빨리 행동해 합의하자”고 촉구한 것은 지난달 초 결렬된 북·미 실무협상의 조속한 재개를 유도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북한에 우호적인 손짓을 건넸다. 그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졸린 조’(sleepy Joe)라고 부르며 조롱했다. 북한이 바이든 전 부통령을 ‘미친개’라 비난했던 것과 같은 맥락인 셈이다. 이는 자신에 대한 하원 탄핵 조사를 야기한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당사자이자,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공격을 통해 북한의 호응을 얻어내겠다는 의도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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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12월 한반도 상공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 실시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재개 언급이 한·미 국방장관이 이달 중 예정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전격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10시간 만에 나온 점도 주목된다. 앞서 북·미가 한·미 연합공중훈련과 관련해 최근 주고받은 메시지들에서 협상 재개에 긍정적인 측면을 보인 데 이은 것이어서다. 북한은 지난 13일 담화에서 연합공중훈련을 고리로 미국을 맹비난했다. 이에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한·미 연합훈련 축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자 북한은 “조미(북미)대화의 동력을 살리려는 미국 측의 긍정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한다”고 화답했다. 북한은 당시 미국으로부터 다음달 협상 재개 제안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근본적 해결책’ 제시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하라”라는 발언은 ‘훈련을 연기하는 성의를 보였으니 이제 대화에 적극 나서라’며 북한을 간접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지난달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실무협상이 북한의 일방적인 결렬 선언으로 성과 없이 끝난 지 40여일 만에 북한 관련 언급을 한 것은 ‘스톡홀름 노딜’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 진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3차 정상회담 개최 시사는 북한이 미국에 제시한 ‘새로운 셈법’ 시한인 연말이 다가오자 북한의 도발로 새로운 긴장 관계가 형성돼 내년 대선 가도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 조야에서는 북·미 대화가 얼어붙은 채 새해를 맞을 경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등 북한의 강력한 도발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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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조사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 재개를 국면 타개용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재선을 위한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하원의 탄핵조사가 본격화하는 대형 악재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연말이나 연초에 탄핵안 표결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 등 큰 악재를 희석하기 위해선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성과가 절실한 상황이다.

한편 한반도국제평화포럼(KGFP)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미국) 국무부와 의회의 주요 몇몇 분을 만나 북핵 문제나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생각”이라며 “일단 (북·미 대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좀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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