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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일보후퇴 임종석, ‘큰 그림’ 그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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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문제로 고심…여권 혁신 돌파구 필요 판단

남북관계 진전 통한 정치적 미래 내다본 듯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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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여권은 전날 있었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뒤숭숭했다. 여권 관계자들은 임 전 실장의 결단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으면서 불출마 선언이 자신과 여권 전반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국회와 청와대 주변에선 4월 총선을 통해 국회 복귀를 노려온 임 전 실장이 갑자기 불출마를 선언한 데는 지역구 문제와 여권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지난 1월 청와대를 나온 뒤 서울 종로구로 집을 옮겨 이 지역 출마를 준비했지만, 지역구 현역의원인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재출마 의지를 꺾지 않으면서 임 전 실장의 고민이 깊어졌다는 게 가까운 여권 인사들의 전언이다. 서울의 다른 지역이나 고향인 전남에서 출마를 노려볼 수 있었지만,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며 잠재적 대선주자로 체급을 키운 그로선 지역구를 찾아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모습은 피하고 싶었을 것이란 얘기다.

총선 승리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여권의 쇄신과 물갈이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점도 그의 결단을 재촉했을 공산이 크다. 문재인 정부 1기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정치적으로 ‘큰 그림’을 그려온 그로선, 내부 역학구도와 정치인 각자의 이해관계가 얽혀 혁신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여권 상황을 타개할 카드가 필요했다는 뜻이다. 자기를 희생해 여권 쇄신의 물꼬를 터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더 큰 기회가 자연스럽게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인 셈이다.

남북관계와 통일에 대한 관심과 애정 역시 결단의 배경으로 꼽힌다. 그는 주변에서 대선 도전 의사를 물으면 ‘남북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고 한다.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이 자신의 정치적 미래와 직결된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이 점은 20대 학생운동 시절부터 통일 문제에 깊은 관심을 쏟아온 개인적 이력과도 관련이 깊어 보인다. 실제 그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 시절이던 1989년 임수경 전 의원의 방북을 성사시키면서 주목받았고, 정치권에 들어온 뒤에도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등을 운영하며 교류사업에 앞장서왔다.

일각에선 그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출마에 부정적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갈등을 겪다 불출마 선언을 결행했을 것이란 추측도 내놓는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부터 긴밀하게 호흡을 맞춰온 두 사람의 관계로 미뤄, 이번에도 양 원장과 상황 인식을 공유하고 임 전 실장이 결단을 내렸을 것이란 견해도 만만찮다.

서영지 성연철 김원철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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