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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기고] ‘항생제 내성’ 해결 국제적 공동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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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북전쟁 당시 야전병원에서는 병사들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구더기를 사용했다. 구더기가 상처조직과 고름을 먹고 항생물질을 분비해 세균을 죽여 회복을 촉진시킨 것이다. 최근 항생제 오남용으로 항생제 내성이 문제가 되자 혐오생물인 구더기가 다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세계일보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


세균은 항생제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를 변형시킨다. 이렇게 바뀐 세균이 항생제에 저항성을 갖게 되면 ‘항생제 내성균’이라고 부른다. 이 균은 사람, 농축산물, 식품 등 감염경로가 다양하고 확산속도도 빠르다. 사람이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되면 치료제가 없어 단순 감염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 모니크 엘로와 사무총장은 “항생제 내성은 조용한 쓰나미”라면서 “항생제 내성균에 의해 매년 약 70만명이 목숨을 잃고 있으며,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2050년에는 매년 1000만명이 사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암울한 상황을 막기 위해 올해 6월 네덜란드의 해변 도시 노르드베이크에 40여개국의 보건 및 농식품 분야 장관과 국제기구 대표, 전문가들이 모여 ‘미래 보건을 위해 열정을 키우자’라는 주제로 항생제 내성 문제의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주최국 네덜란드의 브루노 브루인스 보건체육부 장관은 “항생제 내성 문제는 너무나 중요해서 국제 정치의 주요 어젠다(의제) 중에서도 최상위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항생제 내성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그간의 노력과 성과를 살펴보고, 장애요인 극복 방법을 모색했다.

그 일환으로 항생제 내성과 맞서 싸우기 위한 ‘원헬스(One Health)’ 접근 방식이 강조됐다. 원헬스는 사람, 동식물, 환경의 건강이 상호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므로 모든 분야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정치적 의지, 국제협력, 다분야 협력이 매우 중요하게 부각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국제적 움직임에 발맞추어 2016년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마련하고 국제공조를 통해 항생제 내성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대책의 목적은 항생제를 적정하게 사용하고, 내성균 확산을 방지하며 내성 감시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아울러, 항생제 내성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의 인식개선과 내성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 국제공조 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항생제 내성 관리 노력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아 국제식품규격위원회의 항생제내성특별위원회 의장국으로 선출됐으며, 2017∼2020년 국제규범 마련을 이끌어 가고 있다. 올해는 동계올림픽이 열린 평창에서 12월 9∼13일 회의가 개최된다. 항생제 내성은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정부는 그동안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의장국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해 전 세계가 함께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노력을 다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부터 매년 11월 셋째 주를 ‘세계 항생제 내성 인식 주간’으로 지정하고 있다. 올해 주제는 ‘항생제의 미래는 우리 모두에게 달려 있다’이다. 미래는 현재의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 한다.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하는, 항생제 내성에 대한 유엔보고서의 경고를 되새겨야 하겠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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