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저처럼 손가락으로 'OK'를 만들어야 끝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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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SMA) 협상이 18일 서울에서 열렸다. 19일까지 이틀간 벌어지는 협상은 3차다. 양국은 지난 9월과 10월 1ㆍ2차 협상에서 서로의 입장만 확인했다. 3차 협상에서도 진전을 보기가 힘들다는 전망이다. 미국 측이 50억 달러(약 5조 8000억원)에 가까운 액수를 부른 뒤 예견된 일이다.
그러나 미국 실무자들도 사석에선 “우리 뜻”이 아니라고 귀띔한다. 왜냐면 이번 협상은 처음부터 트럼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럼프에, 트럼프를 위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손가락으로 ‘OK’를 만들어야만 끝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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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누가 50억 달러 불렀나
부자 나라를 지키는 데 45억 달러를 손해 본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비롯됐다. 그는 지난 5월 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패너마시티 비치 유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군사분계선을 넘어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인 판문점을 들르기 전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50억 달러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한다는 뜻을 직접 전달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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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직접 말하지 않겠지만, 우리가 어떤 나라의 매우 위험한 영토를 방어하는데 50억 달러를 쓴다. 장군에게 ‘이 부자 나라를 지키는 데 얼마나 드나’라고 묻자 50억 달러라고 답해서 ‘그들은 얼마나 부담하느냐’고 물었더니 ‘5억 달러’라고 하더라”면서 “엄청난 부자인 데다 아마도 우리를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 나라(rich as hell and probably doesn’t like us too much)에 45억 달러나 손해를 보고 있다. 이걸 믿을 수 있느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부자 나라’가 어딘지 밝히진 않았다. “한국을 지칭한 듯”(미국의 소리(VOA)방송)이란 보도가 있었지만, 다들 ‘설마’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설마’가 ‘현실’로 드러나는 데는 두 달 걸렸다. 지난 7월 23∼24일 방한했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50억 달러가 적힌 방위비 분담금 계산서를 한국에 갖고 온 것이다. 제10차 방위비 분담금 타결 금액인 1조 389억원(9억 2400만 달러)의 5배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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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어떤 비용을 받으려 하나
대형 폭격기가 괌에서 날아오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든다 지난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큰 성과 없이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얘기했다.
미 공군의 특수 정찰기인 RC-135S 코브라볼. 이 정찰기는 적국의 탄도 미사일을 추적하는 기능을 갖췄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할 때마다 한반도 인근으로 출동하곤 했다.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계산서에 이 같은 정찰 자산의 운영 비용까지 얹으려 한다. [사진 MDA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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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폭격기가 괌에서 날아오는 데에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며 “수억 달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이게 불공정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미국이 한국을 지켜주면 한국도 일정 부분 기여를 해야 한다.”
이는 나중에 보니 트럼프식 방위비 분담금 계산법의 골자를 암시한 발언이었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비용을 한국이 분담하는 게 목적이었다. 한국은 매년 ▶인건비(현금) ▶군사건설비(현물+현금) ▶군수비용(현물)을 낸다. 인건비는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의 임금이다. 군사건설비는 미군 기지에 대한 한국 정부의 토지 무상대여ㆍ토지 보상금 등 각종 부지 비용을 말한다. 군수비용은 일종의 운영 비용이다.
미국은 군수비용을 뻥튀기해서 최대한 받으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역외비용’이란 명목으로 현재 미국 본토와 해외 미군 기지에 주둔한 미군의 비용을 군수비용에 얹으려고 한다. 한반도 방위를 위한 비용이라는 논리에서다. 순환배치 병력의 수당과 장비 수송비는 물론 폭격기ㆍ핵잠수함ㆍ항공모함 등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비용도 방위비 계산서에 포함될 수 있다.
이런 계산법을 두고 미국의 CNN은 의회 보좌관의 입을 빌려 “우리가 폭격기를 무력시위의 목적으로 한반도에 잠시 들른다면 우버 기사처럼 비용을 청구한다는 것”이라며 “한국은 ‘미국이 용병이냐, 장사하는 거냐’고 의문을 제기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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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언제까지 결정하려 하나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15일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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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퍼 장관 바로 옆에 선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방위비 분담금이 공평하고 상호 동의 가능한 수준에서 결정해야 하며, 제10차 SMA 만료 이전에 타결해야 한다는 것에 양국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이 ‘공평’과 ‘상호 동의’를 얘기하자, 에스퍼 장관이 ‘인상’으로 맞받아친 셈이다.
미국 측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연내 타결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자신의 치적 중 하나로 자랑하기 위해 올해 결판내려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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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얼마나 받으려 할까
합의에 도달하려면 할 일이 많다 17일 3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하기 위해 한국에 도착한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협상 대표는 “한국과 미국이 공정하고 공평한 분담을 하는 합의에 도달하려면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물론 “수용 가능하며 양쪽으로부터 지지를 얻고, 궁극적으로는 동맹을 강화할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덧붙였지만,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3차 협상에서 가닥을 잡아야만 연내 타결이 가능하다.
제임스 드하트 미국 국무뷰 방위비 분담금(SMA) 협상 대표가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해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트하트 대표는 18일부터 열리는 제3차 SMA 협상 때문에 방한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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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과연 매년 50억 달러를 현금으로 받으려 하는 것일까. 미국 고위 당국자가 한국 측에 “방위비 50억 달러를 다 받으려는 것 아니다”는 뜻을 전달했다. 일부는 현금으로, 일부는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전략에 한국이 기여하는 것으로 50억 달러를 채울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한국이 현금을 얼마나 낼지가 문제다. 한국과 미국 일각에선 지금의 2배인 20억 달러가 최대한도란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최종 결정권자는 이번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주연, 조연, 감독이자 각본을 쓴 트럼프 대통령이다. 직전 방위비분담금 협상도 한·미가 합의안을 내놨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만들라고 지시하면서 휴지 조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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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안 주면 어떻게 될까
나도 주한미군을 빼고 싶다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ㆍ미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론을 언급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 밀리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불린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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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철수는 지금 논의 대상은 아니다. 언젠가 나는 그렇게 되길 원한다. 나는 우리 병사들을 (한국에서) 빼고 싶다. 우리 병사들이 집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그의 발언은 당시 주한미군을 앞으로 북ㆍ미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카드로 올릴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파장을 불렀다.
처음엔 ‘트럼프 대통령의 혼자 생각’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워싱턴 DC 곳곳에 트럼프의 생각이 전염된 듯했다. 고위 당국자 입에서도 주한미군이란 단어가 술술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기 위해 전용기에 오른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11일(현지시간) “보통(average) 미국인들은 한ㆍ일 두 나라에 미군을 전방 파견한 것을 보며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그들이 거기 필요하며, 얼마나 비용이 드나, 그들은 매우 부자이고 부유한 나라인데 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느냐”라며 “이것들이 미국 중산층의 전형적인 질문들”이라고 했다.
밀리 의장이 ‘주한미군’을 언급한 건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만족하지 않는다면 주한미군을 감축 또는 철수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는 해석이다. 밀리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병력 철수를 제안한 첫 대통령이 아니다”며 지미 카터 대통령도 미군 철수를 주장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한국을 압박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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