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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미국, 80분 만에 방위비 협상장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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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한국과 협상 진행중 취재진 불러

드하트 "한국, 부응 못하는 제안"

정은보 "양측 간 상당한 차이"

협상사상 전례 드문 파행 뒤

양국 대표 장외 여론전 공방

한·미동맹 관계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파행 상황이 벌어졌다. 양국 대표단이 19일 서울 한국국방연구원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시작한 지 80분 만에 미국 측이 협상장을 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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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방위비 분담금 3차 회의에 미국 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선임보좌관이 19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미국대사관 공보과에서 협상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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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한ㆍ미는 11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세 번째 협상을 18일과 19일 이틀에 걸쳐 하기로 했다. 18일 4시간(오후 1시~5시)에 이어 19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점심시간을 포함해 7시간 협상을 예정해 놓고 있었다. 하지만 회담은 오전 11시 20분쯤 끝났다.

외교부는 직후 출입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방위비 분담 협상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미 측은 새로운 항목 신설 등을 통해 방위비 분담금이 대폭 증액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우리 측은 SMA 틀 내에서 상호 수용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 측은 어떤 경우에도 이번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한ㆍ미 동맹과 연합 방위태세 강화에 기여하는 합리적 수준의 공평한 방위비 분담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ㆍ미 양측 모두 협상장을 먼저 떠난 것은 미국 협상 대표단이라고 확인했다. 주한 미 대사관 측은 오전 10시 30분쯤 외교부 출입기자단에 연락을 취해 용산구 남영동 아메리칸 센터에서 있을 행사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했다. 낮 12시45분쯤 취재진이 대기하는 장소에 제임스 드하트 미 측 방위비 협상 대표가 등장해 협상 결렬을 설명했다.

따라서 미국은 이날 오전 협상을 시작한 직후에 결렬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날 협상에서 좁히기 힘든 의견 차를 확인한 미국 측이 파행을 선택지 중 하나로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뜻도 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 측은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 등을 추가로 요구하며 50억 달러로의 증액을 주장했고, 한국 측은 이는 기존 SMA 틀에서 벗어난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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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통사 회원들이 19일 오전 한미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열리고 있는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 앞에서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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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빛 샐 틈 없다’는 수식어를 써 왔던 한·미는 협상이 틀어진 이유를 놓고 공개적으로 장외 여론전을 벌였다. 드하트 대표는 “우리는 서로 수용 가능한 협정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하다면 우리의 입장을 조정(adjust)할 준비까지 했다”며 “하지만 불행히도 한국 측의 제안은 공정하고 공평한 방위비 분담을 위한 우리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not responsive)”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결과적으로 우리는 오늘 협상 참여를 급하게 중단하게 됐다. 이는 한국 측에 재고의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나는 양측 모두가 수용 가능한 협정을 맺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제안들이 나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특히 드하트 대표는 “우리는 한국 측이 상호 신뢰에 기반을 둔 파트너십에 근거해 노력할 준비가 되면 협상을 재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간 방위비 협상은 매달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한 번씩 열렸다. 그런데 드하트 대표는 차기 협상 일정에 대해 12월이 아니라 ‘한국이 준비되면(when the Korean side is ready)’이라고 해 즉 미국이 만족할 새 제안을 들고 올 때 재개하겠다는 사실상의 조건을 내걸었다.

정은보 한국 측 수석대표도 오후 2시 30분 내ㆍ외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 대표는 “미국 측의 전체적인 제안과 저희가 임하고자 하는 원칙적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계속 노력해 상호 수용 가능한 분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인내를 갖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차기 협상 일정에 대해서는 “한ㆍ미간에 실무적으로는 다음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다만 오늘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았던 사항이 발생했기 때문에 그에 따라 추가적으로 필요한 대응을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례에 따라 12월로 생각했으나 상황이 변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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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외교부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외교부에서 브리핑을 갖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내년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을 결정하는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제3차 회의는 파행 끝에 조기 종료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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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이 방위비 협상을 해오면서 이날처럼 협상 중 나와 각기 다른 입장을 발표하고 차기 일정도 확정하지 못한 채 헤어진 일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한국은 “협상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미국은 “협상 참여를 중단했다”고 표현했지만 합의된 결렬도 아닌 사실상 미국의 일방적 파행 선언이었다.

이를 놓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방위비 문제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백악관이 한국의 지연전략 차단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차 SMA 유효기간은 올해까지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지난 15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서울에서 “한국이 더 많은 분담금을 내는 내용으로 11차 SMA를 연내에 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 것을 언급하며 “한국이 시간을 끌려고 하자 에스퍼 장관이 밝힌 ‘증액’과 ‘연내 타결’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협상팀이 와서 다시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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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워싱턴 내셔널스 선수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이날 팀의 포수 커트 스즈키가 준비해 온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쓰자 트럼프 대통령이 뒤에서 포옹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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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월 하노이 북ㆍ미 정상회담 때 ‘나쁜 합의보다는 결렬이 낫다’는 원칙에 따라 노딜을 선언했고,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도 합의한 세부 사항도 번복하며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 하고 있다. 외교가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인 한국도 협상의 대상으로만 보고, 북한과 중국을 대하듯 ‘노딜 전략’을 구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22일 자정 만료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ㆍGSOMIA)를 염두에 두고 종료 시 방위비에서 더 거센 압박을 예고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한ㆍ미 간에 가치와 신뢰에 기반한 동맹은 점점 사라지고 돈과 거래만 남은 관계로 가는 분위기”라며 “미국이 북한에나 써야 할 벼랑끝전술을 한국에 들이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충격으로, 지소미아까지 종료된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화염과 분노를 표출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지혜ㆍ이유정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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