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묘초 작가 개인전 ‘택시더미아’
30일까지…작품 20여점 선보여
오묘초(조정현)의 작품전 ‘택시더미아(TAXIDERMIA)’의 전시 풍경. 작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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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송’을 아시나요. 전단처럼 다양한 모양의 인쇄물을 찍어내기 위해 그 모양에 맞춘 칼날들을 나무판에 박아 놓은 게 도무송이다. 싼 재료로 후딱 만들어 인쇄물 재단 후엔 버려진다. 서울 을지로 인쇄·공구골목엔 도무송들이 많다. 최근 ‘힙지로’(힙한 을지로)로 불리며 많은 이들이 오가지만 도무송은 눈길을 받지 못한다. 아무리 소리쳐도 메아리 없는 사회적 약자·소외된 이들 같은 존재가 도무송이다. 그 도무송들이 관람객에게 삶과 세상을 성찰케 하는 독특한 조형미의 사유적 작품으로 부활했다.
신진작가 오묘초(조정현)의 개인전 ‘택시더미아(TAXIDERMIA)’를 통해서다. 대안공간인 갤러리카페 n/a(을지로4가 근화금속 2~3층)에 마련된 작품전에서는 도무송을 소재로 하거나 영감을 얻은 설치, 세라믹·나무·돌조각 등 2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도무송과 쇠 프레임에 손길을 주면서 자신만의 조형의식을 투영했다. 독립적으로, 때론 어우러진 도무송과 프레임은 조형미가 돋보인다. 얇은 선의 프레임과 도무송 사이에 긴장감과 어우러짐이 일어나면서 오묘한 공간미까지 있다.
젊은 작가들이 빠지기 쉬운 과도한 개념화도 절제한 듯하다. 박제(Taxidermy)와 특정 상태를 뜻하는 접미사 ‘-ia’의 합성어로 ‘박제된 이미지만 기억되는 사회’란 의미로 작가가 세운 개념 ‘택시더미아’, 일본 전위미술가·작가인 아카세가와 겐페이의 ‘초예술’과 ‘토마손’, 프로이트의 ‘초자아’ 등 여러 개념을 바탕에 둔 작품이지만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조형미에서 작가의 내공, 자신감이 읽힌다.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전시장과 작품의 조화를 통해 전시장마저 작품화함으로써 관람객은 사유적 분위기에 시나브로 젖어든다. 현대 도시의 규격화·획일화에 반발하는 듯 자유분방하고 다채로운 도형의 변주를 보여주는 조각도 눈길을 잡는다.
작가는 ‘밝은 눈’으로, 독특한 조형의식으로 도무송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한 시대를 이끈 을지로 상가의 역사성을, 그곳 사람들 삶을 작품으로 새롭게 인식하게 한 것이다. 작가는 “도무송이든 우리 삶이든 다른 모양과 갖가지 스토리를 지녔지만 기억되지 못해 의미 없어지거나 박제처럼 실체와 동떨어진 이미지로 기억되는 것이 아쉽다”며 “어쩌면 수많은 다른 도무송, ‘토마손’과 ‘초예술’을 찾아다니는 게 작가가 아닐까 한다”고 밝혔다.
“여느 젊은 작가들처럼 작품전조차 쉽지 않지만 작업할 때 비로소 존재 이유를 깨닫는다”는 조 작가. 그는 지난해 집(소라껍데기)을 찾아 돌아다니는 소라게를 모티브로 소외된 쪽방촌 사람들 삶을 조명한 개인전 ‘언급되지 않을 것들의 흔적’으로도 주목받았다.
‘오묘초’는 영국 유학 당시 한글을 넣어 지은 ‘영어 이름’이다. 전시는 30일까지.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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