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 스캔들' 출간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쎄시봉 출신 가수 조영남은 화투 같은 이색 소재가 등장하는 작품을 선보이며 한때 화가로서도 명성을 쌓았다. 그러나 지난 2016년 대작(代作) 논란에 휩싸이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조영남은 조수 화가에게 그리게 한 뒤 덧칠 작업을 거쳐 자신이 그린 그림인 것처럼 속여 판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이 상고해 사건은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논란이 불거질 당시 조영남은 국내외 작가 대부분이 조수를 두고 작품활동을 한다며 미술계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그를 비난하는 여론이 확산했지만 일부 전문가는 논란이 된 작품들을 조영남 작품으로 봐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미학자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당시 재판에 조영남 측 증인으로 나서기도 했다.
'미학 스캔들'은 진 교수가 그림 대작 사건을 재조명한 책이다.
사건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을 기록하며 저자는 "현대미술에 대한 몰이해가 빚어낸 소극(笑劇)"이라고 규정했다.
진 교수는 미술사에서 '작품의 물리적 실행'을 조수에게 맡기는 서양미술 전통과 사례를 소개하고, 자기 손으로 직접 작품을 그리거나 만드는 것은 더는 예술의 필수 요건으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는 "대중은 이 사건에서 화가가 자기 그림을 남에게 대신 그리게 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모양"이라며 "하지만 그들과 달리 나는 외려 이미 수십 년 전에 창작의 정상적인 방법으로 확립된 그 관행을 여전히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저자는 조수 사용 관행에 대한 입장을 떠나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법원으로 가져가는 데 반대하고 공론의 장에 올려 이론적, 비평적으로 논의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건이 불거진 초기부터 자기 목소리를 낸 이들은 용감하기라도 하다"라며 분위기만 살피다가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내려지자 자신을 비판하고 나선 이들에게도 일침을 가했다.
미술사적, 법적 측면에서 그림 대작 사건을 조망하는 책이지만, '조영남 편들기'로 끝나지는 않는다.
대작 논란이 제기한 '작품의 저자는 누구인가'라는 문제를 살펴보면서 현대미술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천년의상상. 404쪽. 1만8천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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