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정무수석비서관이 20일 오후 황교안 대표를 만났다. 연합뉴스 |
◆文 “집 앞에 온 손님이니 찾아봬라”… 만류에도 黃 자리 지켜
황 대표는 20일 오후 3시부터 청와대 앞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죽기를 각오하겠다”며 보도블록 위에 스티로폼 돗자리를 깔고 앉아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한국당은 당초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 텐트 2동을 설치하려고 했으나, 경호상 이유로 텐트 설치가 불허되면서 약식으로 스티로폼 돗자리를 깔고 네 모서리를 모래주머니로 고정해 자리를 마련했다.
강 수석은 이날 문 대통령을 대신해 단식농성 중인 황교안 대표를 찾아갔다. 그는 황 대표에게 “이런 건 참 옳은 방향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수석은 인근에서 집회 도중 농성장을 찾은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총괄대표 전광훈 목사도 만났다.
강 수석은 전 목사를 만난 자리에서 “(황 대표가) 날을 여기서 지새울 것 같다고 생각해서 대통령에게 보고드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가서 어쨌든 찾아봬라. 어떤 의미에서 집 앞에 온 손님”이라고 말했다고 강 수석이 전했다.
황교안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
강 수석은 황 대표가 단식투쟁을 하면서 문 대통령을 향해 제시한 3가지 조건에 대해 설명하며 설득에 나섰다. 먼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파기 철회에 대해 “지소미아는 여야 문제가 아니라 국익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단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연동형비례대표제(연비제) 선거법에 대해서도 “오늘 이인영·나경원·오신환 등 3당 원내대표가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얘기하러 미국 방문을 했지만, 실제로는 선거법·공수처에 대한 대화를 많이 할 것이라 들었고, 그렇게 할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를 멈춰야 한다는 황 대표에게 “청와대가 중지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최대한 국회에서 대화해보시라”고 설득했다. 문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제안 거절에 대해서도 소통 과정에 오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황 대표는 뜻을 굽히지 않고 돗자리 위를 지켰다.
황교안 대표가 20일 오후 국회로 투쟁 장소를 옮겼다. 뉴시스 |
◆“천막 칠 수 없어” 청와대에서 국회로 이동
하지만 황 대표는 강 수석이 돌아간 지 약 2시간 후인 오후 8시30분쯤 투쟁 장소를 청와대 앞에서 국회 앞으로 옮겼다. 경호상의 이유로 천막을 칠 수 없는데 텐트 없이 겨울철 24시간 농성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 본인은 천막 없이도 청와대 앞에서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참모진이 거듭 설득해 국회로 발걸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게 천막 밑에서 밤을 보낸 후 황 대표는 21일 새벽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당 핵심 관계자는 황 대표가 오전 3시30분쯤 일어나 새벽기도를 마치고 다시 청와대로 향했다고 했다.
황 대표는 이날 외부 일정은 자제한 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 지소미아 파기 철회, 공수처 설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등을 재차 촉구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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