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는 흐른다. 일회적이어서 대부분 허공으로 사라진다. 흘러간 소리는 향수를 부르고 추억에 젖게 한다. 소리 가운데 으뜸은 사람의 소리, 곧 목소리다. 어머니의 자장가 소리, 아기의 옹알이 소리,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소녀들의 재잘거림, 시장사람들의 왁자지껄은 언제 들어도 정겹다. 목소리에 운율을 넣어 길게 읊조리면 노래가 된다. 백성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는 민요다. 정치적인 목소리도 있다. 광장 군중의 외침, 정치인의 연설이 그것이다. 정치적 목소리는 때로 역사가 된다. 해방을 맞아 입국한 김구 선생의 일성은 “혼이 들어왔는지 육체까지 들어왔는지,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였다.
소리를 주제로 한 전시가 한날 동시에 선을 보였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현대사의 역사적 순간을 소리를 통해 보여주는 ‘소리, 역사를 담다’ 특별전을 시작한 지난 21일, 창덕궁 돈화문 맞은편에서는 ‘서울우리소리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소리 특별전’은 1928년 한글 원리를 설명한 이극로의 음원을 비롯해 조선어독본 음반(1935), 손기정마라톤 우승소감(1936), 정부 수립 선포(1948), 6·25남침 첫 라디오보도방송(1950), 이승만 하야성명(1960) 등 중요 사건을 담은 목소리 등을 전시했다. 소리로 듣는 현대사다. 반면 ‘소리박물관’은 전국 900개 마을에서 채집한 민요의 음원 2만곡을 수장하고 일부는 관람객에게 들려주는 향토민요 전문박물관이다. 모든 소리가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두 전시는 음원의 기록·저장·재생을 통해 소리도 역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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