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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이슈 미술의 세계

한국 단색화·명화로 물든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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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20일(현지시간) 파리 페로탱 갤러리에서 박서보 `색채 묘법`을 감상하고 있는 디자인학교 오토그래프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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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개나리, 벚꽃, 하늘, 공기, 쥐, 쇠똥, 옥색….

단색화 대가 박서보(88) '색채 묘법' 연작 20여 점이 프랑스 파리 페로탱 갤러리를 한국의 자연 빛깔로 채웠다. 지난 20일(현지시간) 현장 수업차 이곳을 찾은 파리 디자인학교 오토그래프 학생들이 박 화백의 오묘한 색깔 조화에 빠져들었다. 소피안 루티스는 "교수님을 따라왔는데 파스텔톤 색상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특히 민트색과 핑크색이 어우러진 작품이 인상적"이라고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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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페로탱 갤러리 박서보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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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시간) 파리 페로탱 갤러리에서 박서보 '색채 묘법'을 감상하고 있는 디자인학교 오토그래프 학생들(왼쪽)과 오르세미술관 에드가르 드가 전시 전경.

프랑수와 로드리게스는 "예술을 공부하지 않아도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이라면서 "그림이 3D 입체여서 보는 방향에 따라 달라 보이는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화면을 밭고랑처럼 일군 입체적 화면은 박 화백만의 기법으로 이뤄졌다. 물에 적신 한지 3겹을 캔버스에 붙인 후 농부처럼 막대기로 수만 번씩 밀어서 고랑을 만들고 그 안에 오욕칠정을 쏟아냈다. 마음을 비우는 수신(修身)의 미학에 반한 프랑스 톱 갤러리 페로탱은 2014년 그의 첫 파리 개인전 3일 만에 전속 작가를 제안했다. 이후 뉴욕 페로탱 갤러리 개인전 2회, 홍콩 페로탱 갤러리 개인전 1회를 열어주면서 특급 대우를 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개막해 다음달 21일까지 열리는 박 화백의 두 번째 파리 페로탱 갤러리 개인전 역시 파리지앵을 매혹시키고 있다. 전시작들이 거의 다 팔렸고,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인근 세계적인 와이너리 겸 설치미술관인 샤토 라코스테에서 전시 요청이 들어왔다.

박서보의 색채 묘법 외에도 오르세미술관 에드가르 드가 전시(내년 7월 5일까지), 퐁피두센터 프랜시스 베이컨 전시(내년 1월 20일까지), 루브르박물관 레오나르도 다빈치 서거 500주년 특별전(내년 2월 24일까지) 등이 파리를 명화로 물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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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미술관 에드가르 드가 전시 전경.


오르세미술관 1층에서는 프랑스 인상파 화가 드가가 40여 년간 그린 19세기 파리 발레 무용수의 아름다운 춤 향연이 펼쳐진다. 프랑스 오페라 350주년을 기념한 전시로 드가가 발레리나와 클래식 연주자 등을 그린 작품 100여 점과 파리 오페라극장 가르니에 축소 모형 등을 전시했다. 청동 조각에 발레복을 입히고 슈즈를 신긴 대표작 '14세의 어린 무용수'도 관람객을 맞는다. 파리 오페라극장을 '내 방'이라고 불렀던 드가는 1860년대 데뷔부터 1900년대까지 무대와 로비, 연습실, 오케스트라 연주석 등을 작품에 담았다. 조명에 따라 달라지는 무용수와 성악가, 연주자, 관객이 화려한 색채로 빛난다. 오르세미술관 2층 후기 인상파 전시에서는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 '별이 빛나는 밤' '아를 반고흐의 침대'를 만날 수 있다.

퐁피두센터에서는 아일랜드 출신 표현주의 화가 베이컨이 1971년부터 1992년 생애 마지막까지 그린 60여 점을 걸었다. 프리드리히 니체와 T S 엘리엇 등 문학에서 받은 영향을 분석한 전시다. 생전에 베이컨은 "위대한 시는 이미지의 방아쇠를 당기고 내 영감의 문을 열어준다"고 말했을 정도로 문학에 애착을 가졌다. 이번 전시작은 동성애로 비틀거리던 삶을 불안하고 충격적인 형상과 색깔로 풀어냈다. 물감에 먼지를 불어넣어 인간을 고깃덩어리로 만들고, 죽음을 암시하는 박쥐와 검은 황소를 그렸다. 연인이었던 조지 다이어가 1971년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베이컨의 대규모 개인전 개막을 앞두고 호텔방에서 자살한 후 그림이 더 어둡고 기괴하게 변했다. 죽음과 동행해야 하는 삶 자체가 폭력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동성애를 혐오해 집에서 내쫓은 아버지를 짐승처럼 묘사하고, 찢기고 고립된 인체를 종교화 형식인 삼면화에 담았다. 심약한 사람에게는 불편한 그림도 다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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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센터 베이컨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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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에선 다빈치의 예술과 과학을 조명한 특별전이 화제다. 베니스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대여해온 다빈치의 인체비례도 '비트루비우스적 인간', 2017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5000억원에 팔린 '살바토르 문디' 가나이 버전, '암굴의 성모' 등 회화와 드로잉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예약을 해야 관람이 가능하며 내년 1월까지 매진이다.

[파리 =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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