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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이슈 미술의 세계

미술 속 영화, 영화 속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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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


[요요 미술기행-30] 구스타프 도이치(Gustav Deutsch·1952년~ )가 연출한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은 연극 배우인 셜리(스테파니 커밍)가 1930년대와 1940년대를 거쳐가는 가운데 미국 현대사가 등장한다. 매해 여름 8월 28일, 미국의 사회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그녀가 라디오 뉴스와 함께 관객에게 소개된다. 세계 대공황 직후의 1930·1940년대의 2차 세계대전의 공포를 비롯해 1950년대 미국을 강타한 매카시즘 열풍 속에서 극작가이며 영화감독 엘리야 카잔(Elia Kazan·1909~2003년)의 이면이 비친다. 카잔은 1955년,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1902~1968년)의 '에덴의 동쪽(East of Eden)'을 자신이 감독하고 제임스 딘과 줄리 해리스(에이브라 역)에게 주연을 맡겨 영화로 제작했다.

영화 '셜리'는 1960년대 워싱턴의 인권 문제 등이 그녀의 일상과 엮인다. 그 일상은 파리, 뉴욕, 매사추세츠 보스턴 인근의 '케이프 코드(Cape Cod)'의 호텔 방안, 기차, 극장 등이다. 모든 주요 장면은 미국 회화를 대표하는 작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1882~1967년)의 작품 13점을 주인공 셜리가 등장하는 장면(scene)으로 연출했다. 그림과 똑같은 배경에 배우들은 그림에 나오는 옷을 입고 그림 속 동작을 그대로 재현한다.

에드워드 호퍼는 태생부터 뉴요커였다.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1시간쯤 떨어진 나이액(Nyack)에서 태어난 호퍼는 3번에 걸친 유럽 여행을 제외하고는 1908년 이래로 줄곧 뉴욕에서 살았다. 작가로서 1920년대부터 명성을 얻었다. 그는 맨해튼 빌리지의 워싱턴 스퀘어 노스 3번지 꼭대기 층에서 약 50년을 산다. 1924년 결혼한 그의 부인 조세핀(Josephine N. Hopper)도 함께였다. 호퍼는 1967년, 85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조세핀은 그의 남은 작품들을 모두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 기증하고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

1960년대 뉴욕을 잘 드러낸 영화는, 1970년대 뉴아메리칸 시네마시대를 연 1942년생 감독 마틴 스코르세이지(Martin Scorsese)가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연출한 '아이리시맨'이다. 이 영화는 로버트 드 니로(1943년~ )와 알 파치노(1940년~ ), 조 페시(1943년~ )의 역사적인 컬래버레이션을 실현했다. '아이리시맨'은 1960년대 '트럭이 멈추면 미국이 멈춘다'면서 미국 정계를 위협했던 운송노조위원장 지미 호퍼(알 파치노 분)의 실종 사건이 중심에 있다. 영화는 가톨릭 요양원에서 말년을 맞은 주인공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 니로 분)은 화자로서 젊은 날을 회상한다. 카메라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요양원 복도 벽에 걸린 그림들을 비춘다.

마틴 스코르세이지 역시 뉴요커이다. 아이리스맨을 포함 그의 출세작 택시드라이버(1976년), 뉴욕뉴욕(1977년), 갱스오브 뉴욕(2002년) 등 뉴욕이 배경이다. 아이리시맨은 갱스터 영화의 고전이 돼버린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1977년), '대부2'에 견줄 만한 대작이다.

영화 '굿바이 마이러브 : NK 붉은 청춘'은 주로 중앙아시아 중심으로 펼쳐진 한인의 근현대사를 쫓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김소영 감독의 작품이다. 주인공들은 영화인들이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종파 사건, 중앙아시아 이주 등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관통해온 이들의 청춘과 삶은 굴곡이 많은 동시에 쓸쓸하다.

조선의용군 출신의 최국인은 김일성이 연안파 김두봉, 최창익, 무정을 숙청한 1957년 종파 사건을 웅변조로 구술하였다. 김종훈이 최국인을 옆에 두고 '존경하는 선배를 두고 북한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고 말하는 데서는 전율마저 느꼈다. 김소영은 "연안파 얘기를 '마주침' 같은 순간이었다"고 회고한다. 화가 문 빅토르는 영화에 등장하는 8인의 초상화를 그렸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장식하는 설치미술 '유리 조각의 공간'에 대해 이지현 영화평론가는 '객관적 사진 이미지에서 시작된 영화는 유화의 분할 과정을 거쳐서 마침내 추상적 조각 앞에 멈춰 선다. 영화가 닿고자한 영역, 디아스포라의 가상적 영토에 도달한 것이다'라고 표현한다.

'영화에서의 미술'의 의미는 사뭇 다르다. 영화 '사물의 법칙' 이영미 감독은, '세트 디자인, 제작 등 실내 세트 관련 모든 책임, 로케이션 촬영 때는 세트 데코레이션을 계획과 제작, 소품 구입 및 제작 등등 영화내 필요한 모든 리얼리티의 구현을 책임진다'고 규정한다.

매일경제

영화 '콜럼버스'


영화 '콜럼버스, COLUMBUSl / 2017'은 건축 영화다, 미국 인디애나주의 콜럼버스에 자리 잡은 엔진 제작 공장의 소유주 J 어윈 밀러가 만든 시스템은, 공공건물을 설계할 때 밀러 재단이 선정한 건축가 리스트의 건축가를 선택하면 설계비 전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로 인해 에로 사리넨, I. M. 페이, 로버트 벤투리, 리처드 마이어, 시저스 펠리, S.O.M 같은 이들뿐 아니라 '콜럼버스'에서 중요한 배경으로 나오는 데버라 버크, 제임스 폴의 건물들이 콜럼버스에 지어졌다. 1940년에서 1970년 사이에 지어진 60여 개의 건물은 콜럼버스를 '모더니스트 건축의 메카' 혹은 '대평원의 아테네'라는 별명을 갖게 만들었다.

영화는, 엘리엘 사리넨(Eliel Gottlieb Saarinen·1873~1950년)이 설계한 미국 최초의 근대 교회, 엘리엘 사리넨의 아들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1910~1961년)의 작품인 노스 크리스천 교회와 밀러 하우스, 예일대 건축대학장인 데보라 버크(Deborah Berke, 1954년~ )의 어윈 유니언 뱅크(First Financial Bank) 등 현대 건축가들의 작품이 소도시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곳에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해져 비로소 '공간(SPACE)'은 '장소(PLACE)'가 된다.

콜럼버스에 사는 케이시(헤일리 루 리처드슨)는 도서관(폴 ?r의 클린턴 도서관) 사서이다. 엄마의 필로폰 중독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던 케이시는 데보라 버크의 건축물을 보게 되고, 곧바로 그 건축물에 매혹된다. 케이시는 건축에 치유의 힘이 있다고 믿게 된다.

알렉산더 지라드(Alexander Girard·1907~1993년)가 디자인한 테이블에도, 미국의 첫 현대적 주택 건물 밀러 하우스에도, 건축은 치유 예술이라고 믿고 건축물에 치유 기능을 부여하려 했던 폴 ?r의 교량 병원에도, 공간을 장소로 만드는 신비한 이야기의 힘이 있었다.

※참고자료 :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 2013)> <굿바이 마이러브 : NK 붉은 청춘> <콜럼버스(COLUMBUS, 2017)> <아이리시맨(2019)> 인터넷사이트(http://eggtail.net/) 블로그(https://blog.naver.com/nicemonk)

[심정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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