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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통신One]프랑스 '센-북유럽 운하' 농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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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숙원 운하 사업에 정부가 예산 지원 약속

농민들은 농토 감소와 외부 노동력 유입 우려

[편집자주]정통 민영 뉴스통신사 뉴스1이 세계 구석구석의 모습을 현장감 넘치게 전달하기 위해 해외통신원 코너를 새롭게 기획했습니다. [통신One]은 기존 뉴스1 국제부의 정통한 해외뉴스 분석에 더해 미국과 유럽 등 각국에 포진한 해외 통신원의 '살맛'나는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현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생생한 이야기, 현지 매체에서 다룬 좋은 기사 소개, 현지 한인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슈 등을 다양한 형식의 글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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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 시청 © 정경화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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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노블=뉴스1) 정경화 통신원 = 프랑스 북서부를 흐르는 센강과 북유럽을 잇는 '센-북유럽 운하'(Canal Seine-Nord Europe) 건설이 재개된다. 프랑스 정부의 예산 지원 협약이 지난 22일 프랑스 북부 오드프랑스 지역 넬 마을에서 체결된 것이다.

프랑스 북부에 이 운하가 건설되면 베네룩스 3국(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과 독일을 파리의 센강과 이을 수 있다. 센 강은 파리에서 영국해협까지 흐르기 때문에, 결국 이 운하는 북유럽, 파리, 영국해협 세 지역을 통하게 한다.

운하가 둘러가며 흐르는 지역은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지역에서 독일 북서부까지 걸쳐 있다. 이곳은 면적으로는 유럽연합(EU) 국가의 4%를 차지하지만, 총 인구의 12.6%가 모여 있을 정도로 인구 밀도가 높다.

이날 정부 예산지원 협약체결식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엘리자베스 본 교통부 장관, 제랄드 다마닌 관세 장관, 오드프랑스 도의원들과 지방의원들이 참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새 운하 지원에 대해 "파리-북유럽 구간의 고속도로(A1)의 화물차 통행률을 줄일 수 있으며, 수운(水運) 이용은 이산화탄소를 3배나 덜 배출해 친환경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파리-북유럽 구간 고속도로는 프랑스에서 가장 붐비는 도로 중 하나다.

그는 이어 "운하가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및 인접국가와의 교류 활성화를 가져와 오드프랑스 지역의 새로운 정체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운하 건설은 이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수아 올랑드 두 전직 대통령 시절 개시되었으나 공사 비용이 실제보다 낮게 평가된 탓에 재원이 부족해 연기됐다.

그러던 중 EU가 지난 2015년 운하 건설 예산의 최대 42%까지 지원하기로 확정하고 프랑스 정부도 예산 지원을 다시 검토하는 등 논의가 재개됐다. 그 결과 이번 협약을 맺게 되었고 11억 유로(1조 4326억원)를 지원받아 공사가 활기를 띨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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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5일 파종기 앞에 서 있는 필립 들르포트리(오른쪽)와 그의 아들©정경화 통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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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며 이 운하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정치인들과는 달리 지역 농민들의 마음은 어둡다. 이들은 운하 때문에 농사에 지장을 받을까봐 염려하고 있다.

이 지역은 프랑스에서 농산물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다. 프랑스산 순무 설탕의 50%, 프랑스산 감자의 75%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오드프랑스 지역의 농토 비중은 67%나 된다. 하지만 이 지역의 실업률은 12.8%로 프랑스에서 가장 높다. 새 운하 건설이 마을을 발전시키고 실업률을 낮출 거라 기대할 법하지만 농민들은 고개를 젓는다.

넬 마을 농민인 필립 들르포트리(68)는 "운하가 가져다 줄 전반적인 효과에는 동의하지만, 우리 농가는 운하 건설로 농토의 2%를 잃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오드프랑스 지역에서는 모든 농업인들이 동등한 면적의 농토를 상실할 수 있도록 농경지 정리를 계획 중"이라는 말이 이어졌다. 또 "운하로 마을들이 갈라지면 원래 이웃이었던 마을임에도 멀리 우회해 가야만 한다"며 걱정했다.

운하 플랫폼 4개 중 하나가 넬 마을에 구축돼 이 마을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생각에 대해서 그는 회의적이다. 그는 "우리 마을에 생길 플랫폼은 주로 공산품 운송을 위한 시설이라 농산물 운송에는 별다른 이익이 없을 것"이라며, "트럭들이 플랫폼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로를 확장해야 해서 농민들은 또 농토를 잃게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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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북유럽 운하 지도 © 정경화 통신원 제공


운하 건설로 약 5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지만, 오드프랑스 지역의 취업률이 정말로 오를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필립은 "우리 마을에 있는 한 농산물 가공 공장이 건립될 때도 프랑스어를 하는 건설 노동자를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이 운하 노동자도 대부분 다른 유럽 국가에서 온 사람들로 채워져 오드프랑스 지역민은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드프랑스 지방 정부 측은 2020년 하반기에 착공해 2028년까지 공사를 마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주민들은 오드프랑스 지역이 40년동안 기다려온 이 운하 프로젝트가 과연 이번 예산확보로 예정대로 완성될 수 있을지 기대반 우려반으로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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