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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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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다국적기업 납세자료 의무공개 규정 놓고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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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개 회원국 중 12개국 반대표…"대기업 이익이 국민보다 중요" 비판 나와

연합뉴스

[연합뉴스TV 자료화면]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처럼 국경을 넘어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영업을 하는 '디지털 공룡' 기업들에 대한 과세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갈리면서 합의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영국 가디언은 28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역내 다국적기업이 나라별 영업이익과 납세자료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한 새로운 규정에 대한 투표에서 28개 회원국 중 12개국이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새로운 규정은 디지털 공룡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 거대 기업들이 이른바 '조세 피난처'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들여다보기 위해 만들어졌다. 연매출 7억5천만 유로(약 9천757억)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 기업은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처럼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나라를 피해 아일랜드나 룩셈부르크, 몰타 등 상대적으로 낮은 세금을 부과하거나 심지어는 세금을 아예 걷지 않는 나라에 이익을 신고함으로써 한해 5천억 달러(약 590조원)의 세금을 절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디지털 공룡들은 자신의 서버나 본사 등이 있는 국가에 법인세의 대부분을 내고 그외 나라에는 아주 조금만 납부하고 있다.

EU에서는 아일랜드가 이러한 체제의 최대 수혜국이다. 아일랜드는 EU 역내에서 국경을 넘어 돈을 벌어들이는 다국적 기업의 본사를 유치해, 이들이 최저 6.25% 정도의 법인세만을 내도록 하고 있다. 영국의 법인세는 그의 3배인 19%다.

아일랜드 재정자문위원회(IFAC)는 이날 아일랜드 경제가 다국적 기업이 납부하는 법인세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탓에, 아일랜드가 거둬들이는 전체 기업 법인세의 절반이 오로지 10개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나온다면서 새로운 규정이 적용되면 국가 경제가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FAC는 해당 다국적 기업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으나,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델, 오라클 등 미국 IT기업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번 투표에서 반대표를 행사한 나라는 아일랜드를 비롯해 룩셈부르크, 몰타, 키프로스, 라트비아, 슬로베니아, 에스토니아,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크로아티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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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 앞에서 EU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들 11개 나라에 더해 스웨덴도 반대표를 던졌지만 이유는 다르다. 스웨덴에는 이미 EU가 제시한 안보다 엄격한 투명성 규정이 있기 때문에 EU 규정을 따르면 오히려 자국 규정이 퇴색하기 때문에 반대했다.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등은 찬성했으며 독일은 기권했다.

그간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를 강력히 단속해야한다는 입장이었던 영국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다음달 조기총선을 앞둔 영국은 선거나 국민투표일까지 28일간 내각 장차관과 부처가 특정 진영에 대한 찬반 견해를 담은 것으로 비치는 성명이나 발언을 하지 않도록 한 퍼다(Purdah) 규정에 따라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투표는 이른바 '파나마 페이퍼스' 폭로 이후 EU 집행위원회가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 방법을 밝히겠다고 약속한 지 3년여만에 이뤄졌다.

앞서 2016년 4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는 1천150만 건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처 자료 '파나마 페이퍼스'를 폭로했다.

반부패 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TI) 엘리나 가이타 선임 정책 담당자는 "회원국들이 또다시 대기업의 이익을 국민보다 중요하게 여겼다는 점에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EU 어느 지역을 가든 사람들이 스타벅스나 아마존 같은 대기업이 영업행위를 하는 나라에서 세금을 내지 않는 것에 불만인 것을 볼 수 있다"면서 "각국 정부는 사람들이 이러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와 별도로 EU 회원국들은 이날 EU 전체 차원의 집단소송 도입 추진에 합의했다고 dpa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향후 유럽의회에서 이 사안에 대한 협상이 진행되게 됐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4월 '소비자를 위한 새로운 계약'을 제안했다. 배출가스 조작 사건인 '디젤 게이트'와 같은 일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자동차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대표소송을 통해 집단으로 구제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일부 EU 회원국에서는 소비자들이 집단으로 법률 행동에 나설 수 있지만 앞으로는 EU 전체 차원에서 이 같은 구제책이 마련되는 것이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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