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처럼 택시 면허 사는 방식 옳지 않아… 파이 키워야" 주장도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를 운영하는 브이씨엔씨(VCNC)의 박재욱 대표가 29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하 운수사업법) 개정안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며 "모빌리티(이동수단) 시장이 말라죽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택시 총량제를 유지하고 새로운 시도를 막는 ‘선(先) 규제’ 형태의 법안으로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없고, 기존 시장을 나눠 먹는 싸움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행법에선 택시 면허가 없는 일반인이 돈을 받고 기사를 제공하는 것이 불법이지만, 타다는 ‘11~15인승 승합차를 렌트할 경우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다’는 운수사업법 예외 조항을 근거로 운전자를 제공하는 렌터카 형식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최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운수사업법 개정안엔 이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관광 목적일 때, 공항·항만에서만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게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타다' 운영사 VCNC의 박재욱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초기 벤처 기업) 페스티벌 ‘컴업(ComeUp) 2019’에 참석해 모빌리티 세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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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초기 벤처 기업) 페스티벌 ‘컴업(ComeUp) 2019’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 후 기자들과 만나 "운수사업법은 시민의 이동과 관련한 중요한 법안인데도 제대로 된 공청회가 열리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사업을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예측 가능성인데, 현재로선 (개정안 때문에) 내년 사업 계획도 못 세우고 있다"며 "카풀업체들도 관련법(출퇴근 시간에만 허용)이 만들어진 후 모두 고사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모빌리티처럼 새로운 산업의 경우 먼저 사업을 허용한 후 실태 조사 등을 거쳐 문제점이 있으면 그걸 토대로 기여금 규모 등을 확정하는 방식으로 사후 입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시장 파이를 키울 수 있다. 파이가 커져야 기여금도 더 많이 나오고 기존 시장도 연착륙 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제기된 파견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선 "드라이버분들에게 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공청회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운수사업법은 시민 이동과 관련된 중요한 법안이다. ‘데이터3법’도 간담회하고 하는데, 모빌리티쪽은 과거부터 계속 요청을 했는데도 잘 안 됐다. 모빌리티 시장에도 큰 영향을 주는 법안이다. 아직 산업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의견을 듣고 소비자가 어떻게 서비스를 바라보는지도 들어봐야 한다.
타다 서비스 관련해 찬반이 나뉜 건 알고 있다. 반대 의견도 더 듣고 보완할 점을 찾고 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이 국회에 넘어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회 주도로 공청회를 하지 않으면 변화를 만들어내기 쉽지 않다."
-렌터카 기반 사업 못 하게 되면 어떻게 할 계획인지.
"아직 국토교통위원회 소위 통과가 안 된 상황이긴 하다. 국회에서 올바른 판단 해주실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IT(정보기술) 산업 측면에서도 모빌리티는 중요한 패러다임 변화다. 이를 막아 전체적인 경쟁력을 떨어뜨리지 않고 미래로 나갈 수 있게, 올바른 선택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다."
-택시업계와도 대화를 하고 있나.
"꾸준히 하고 있다. 이 업무를 하는 전담팀이 따로 있다. (택시 서비스와 연계한) ‘타다 프리미엄’ 서비스 소속 기사님도 100여 명 가까이 있어서 그분들 통해서도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법안에 반영하거나 스스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어서 속상하다. 타다 프리미엄 서비스에 참여하면서 수입이 많이 늘어 관심을 갖는 기사분들도 많다. 이런 식으로 밑에서부터 하나씩 쌓아 올려서 택시 서비스를 고급화하고, 이를 통해 기사분들이 많은 수입을 얻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운수사업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사업을 하려면 제일 중요한 게 예측 가능성인데, 예측이 불가능하도록 법안을 만들어 놓고 사업을 하라고 하기 때문이다. 내년 사업 계획도 못 세우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당연히 투자도 일어나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예측 불확실성에 관한 굉장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카풀 사례를 봐도 (법안을 통해) 카풀을 허용해줬다고 말을 하지만, 사실상 한국 카풀 업체들 다 고사했다. (운수사업법 개정안도) 그런 법안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렌터카 기반 영업 금지뿐 아니라 사업 예측을 못 한다. 택시 총량이 얼마가 될지, 기여금이 얼마나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업 계획 어떻게 세워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선 기업이 여기에 맞춰 서비스를 만들 방안이 아예 없다. 명시적 가이드가 없다는 건 사업하는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렵다."
-일부 스타트업 중에선 개정안에 찬성하는 입장도 있다.
"어디가 찬성하는지 이런 것도 전수조사해 듣고 싶기도 하다. 모빌리티 산업은 이미 큰 시장이 형성돼 있다. 대규모 투자가 들어가며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나고 있는데, 예측 가능성을 기반으로 투자가 돼야 하고 제한이 있으면 안 된다.
카카오톡이 처음 나왔을 때 문자 메시지 시장 뺏는다고 50원씩 내라고 했다면 지금과 같은 플랫폼이 만들어질 수 있었겠나. 선(先) 허용해서 실태 조사하고 발생하는 문제점, 영향 있으면 그걸 토대로 기여금 규모를 정하고 사후 입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타다 홈페이지 첫 화면. /타다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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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업계는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데.
"모빌리티 산업 자체가 발전해 생태계가 형성되고 큰 기업이 나온 국가, 도시는 이런 식으로 모두 문제를 해결했다. 우리가 택시업계에 피해를 줬다고 하는데, 실제로 개인택시 매출은 지난달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실제로 타다가 시장에 어떤 영향 미쳤는지, 발생하는 문제점이 뭐가 있는지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뭐가 있는지 실태조사 통해서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싫다’는 입장이 아니다. 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선 규제를 통해 막는 게 아니라 선 허용해서 사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다."
-기존 면허체계(총량제) 유지하면서 사업은 불가능하나.
"기존 면허체계에 묶이면 사실상 기존 파이를 뺏어 먹으며 싸우라는 얘기다. 우리는 그걸 원하지 않는다. 뉴욕 같은 경우도 TNC(교통네트워크회사, 미국의 경우 우버나 리프트 등 새로운 형태의 차량 호출 서비스를 택시 같은 운수업 테두리 안에 두지 않고, 제3의 범주인 교통네트워크회사로 규정한 뒤 주마다 각자 규제를 만들어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가 활발해 지면서 라이드(탑승) 횟수가 기존 택시 체계보다 두 배로 늘었다. 전체 시장 파이를 키우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으면 입법으로 해결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시장이 싹도 안 튼 상태에서 말라죽을 수 있다."
-팽팽하게 주장이 맞서는 상황인데, 박 의원과 접촉해보진 않았나.
"그래서 이해 당사자들이 모여 실제 데이터도 열어보고, 서로의 논리가 있으면 얘기해보고 싶다는 말씀을 드리는 거다. 의원분들이 양쪽 입장 모두 들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카카오는 기존 택시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사업하고 있다.
"우리는 택시와 다른 시장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20% 비싼 가격으로 시작했고, 택시 매출 역시 계속 늘고 있는 상태다. 새로운 시장 만들어 ‘고급 이동 수요’를 창출했다. 이 고급 이동 수요를 택시업계에 드리는, 수익이 많이 나게끔 하는 방식을 채택한 타다 프리미엄 서비스를 계속하고 있다.
다른 기업 전략에 관해 얘기 하기는 쉽지 않은데, 그게 과연 좋은 일인가 깊숙이 들여다보면 한정된 파이 내에서 그 파이를 우리가 가져오면서 사업을 시작하는 게 과연 전체 시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인지 의문이 있다. 이 경우 분명히 우리가 먼저 콜(호출)을 가져가는 형태로 사업이 이뤄질 텐데 이게 과연 기존 산업을 이해하는 방식이 맞는지 의심된다."
-택시 회사 인수 계획은 없나.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이 방식 자체가 옳은 방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면허를 사서 사업하는 건 기존 파이를 계속 뺏어 먹는, 파이를 누가 가져갈 것인가의 싸움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한정된 풀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열면서 플러스섬(한쪽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제로섬의 반대)으로 시장이 발전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TNC처럼 새로운 산업이 나오면 거기에 맞는 새로운 면허가 도입되거나 하는 방식으로 굴러가야 전체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커진 파이에서 나오는 기여금 등을 통해 과거 시장(택시업계)을 연착륙시킬 수 있는 자원도 나온다고 생각한다. 한정된 시장에서 뺏어 먹기 싸움으로 가게 되면 결국엔 누가 이길지 자명한 것 같다."
지난 10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타다 아웃! 상생과 혁신을 위한 택시대동제'에 참가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조합원들이 타다 퇴출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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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파견 논란이 있는데.
"현재는 법상으로 기사를 알선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요즘 타다 드라이버분들이 ‘타다 없어지면 어떻게 하냐’는 걱정을 많이 하신다.
그분들한테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한 방법을 저희도 계속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플랫폼 노동자, 긱(gig, 임시직)드라이버의 삶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어떤 것을 제도화·입법화해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들지 계속 고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도 새로운 방식으로 모빌리티 생태계를 열 법안으로 재정비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타다 드라이버가 많아지면서 초기보다 서비스 품질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파견법 위반 논란 때문에)직접 지휘, 감독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트레이드 오프(한 가지를 얻으면, 다른 것을 희생해야 하는 구조)가 있다.
저희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드라이버에게 팁을 줄 수 있는 제도를 신설해 12월 1일부터 출시한다. 실제로 이용자 중에선 친절한 타다 드라이버에게 팁을 주고 싶어 현금을 주시는 분들도 있다. 이런 시스템이 동기부여를 할 수 있게 만들고, 이용자와 드라이버 간 상호 신뢰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서비스 퀄리티를 지키고, 드라이버분들에게 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기본 목표로 삼고 있다.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법과 제도에 관한 의견도 내면서 발전시켜 나가겠다."
박원익 기자(wi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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