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마크롱에게 '초보자' 지칭
마크롱, 지난 7일 "나토의 '뇌사' 경험하고 있다" 발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뇌사'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이스탄불 마르마라 대학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지칭하면서 "먼저 당신부터 뇌사가 아닌지 확인하라"고 말했다.
그는 "나토에서도 이렇게 말할 것"이라며 "이런 발언은 오직 당신처럼 뇌사 상태인 사람에게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신은 어떻게 뽐내야 하는지는 알고 있지만, 나토에 분담금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며 마크롱 대통령을 '초보자(novice)'라고 지칭했다.
그러면서 "나를 믿어라. 마크롱은 너무 경험이 없다. 그는 테러와의 전쟁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며 "이것이 바로 노란 조끼가 프랑스를 덮친 이유"라고 덧붙였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7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는 나토의 '뇌사'를 경험하고 있다"면서 "유럽은 벼랑 끝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1949년 4월 출범한 나토는 냉전 시절 소련과 동맹국이 형성한 바르샤바조약기구에 맞서 서방의 안보를 지켜낸 동맹이다.
그러나 미국이 방위비를 더 내라며 유럽을 압박하고, 터키가 최근 친(親) 러시아 행보를 보이면서 나토 내부 갈등이 확대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
마크롱 대통령의 '뇌사' 발언이 공개된 이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등은 해당 발언에 우려를 나타냈다.
메르켈 총리는 "대서양 양안 동맹은 필수적이고 나토는 많은 영역에서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나토에 문제가 있고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판단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도 "메르켈 총리의 의견에 동의한다"면서 "나토는 강하고, 수십 년 동안 지내왔던 것보다 현재 더 결속돼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양안 관계의 협력이 30년 전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가져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여전히 협력이 중요하다"면서 나토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과 만난 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발언이 "주의촉구를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며 "불명확성에 대해 언급한 입장을 전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뇌사론'을 굽히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달 9일 나토 회원국인 터키가 시리아 북동부를 장악한 쿠르드족의 민병대(YPG)를 자국 내 쿠르드 분리주의 테러 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분파라고 주장하며 시리아 북동부로 진격하자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그는 전날에도 "터키는 시리아 북부 군사작전에 대해 나토의 지원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터키를 규탄했다.
이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마음껏 펄쩍펄쩍 뛰라"며 "당신은 곧 터키의 테러리즘과 싸울 권리를 존중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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