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슈타지 겪으면서 개인정보 보호 중시하는 분위기
눈에 보이는 유형의 자산을 쥐고 있다는 안정감 원해
독일의 은행들 <자료 사진> ©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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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메나우=뉴스1) 서양덕 통신원 = '오직 현금만이 진짜다'(Nur bares ist wahres).
과거에도 오늘날에도 여전히 독일인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모바일페이 대전을 벌이고 있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독일은 아직도 현금이 오프라인 결제의 주요 수단이다.
대형마트, 백화점, 식당 등 어느 상점을 가도 모바일로 결제하는 소비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수요가 적다보니 상점에 모바일 결제 단말기를 설치한 경우는 드물다.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로 결제하는 경우도 매년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현금결제 빈도와 카드결제 빈도가 거의 같은 수준이다. 독일 유통산업연구소에 따르면 독일은 2018년에야 처음으로 플라스틱 카드 결제율(48.6%)이 현금 결제율(48.3%)을 근소하게 앞질렀다.
이처럼 독일인들이 현재까지도 현금을 고집하는 데는 이들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서다. 알프레드 켈리 비자(VISA) 최고경영자(CEO)도 개인정보 보호에 철저한 독일인들에게는 두손 두발을 들 정도다. 그는 "독일인들이 개인정보에 민감하다는 건 매우 잘 알고 있다. 이들은 아마 세계 어느 나라 사람보다도 그런 성향이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나치가, 종전 이후 1950년부터 1980년대까지는 슈타지(동독 비밀경찰)가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독일 국민의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취득했다. 이들은 법적인 근거 없이 수집한 정보로 무고한 국민을 범죄자나 반정부주의자로 만들었다. 독일인들이 오랜 기간 동안 개인정보 무단 수집의 공포에 노출되면서 생긴 방어기제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유형의 자산을 손에 쥐고 있다는 안정감도 독일인들이 현금 결제를 고집하는 중요한 이유다. 아그네츠카 게링어 괴팅겐대 교수는 "집에 현금을 쌓아두는 건 독일인 고유의 문화"라며 "직접 자기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에 현금을 두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게 독일인"이라고 설명했다.
덴마크나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구체적인 목표까지 제시하며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가고 있지만 독일은 오히려 정반대 사례로 종종 소개된다. 북유럽 국가의 경우 모바일에 익숙한 20~40대가 현금 없는 사회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독일에서도 최근 3년간 오프라인에서 모바일 페이를 사용하는 비중이 완만하게 늘고는 있지만 열 명 중 한 명 꼴이다.
독일도 결국은 현금 없는 사회로 가겠지만 다른 국가들보다 변화의 속도는 더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게링어 교수는 "독일 사회에도 점차 변화는 올 것이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국민 다수가 원하는 '보안'이 충족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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