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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연봉 낮춰 이직까지…금수저 전용 `신혼특공`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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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최근 과열되고 있는 재건축·재개발 단지(민영주택)의 신혼부부 특별공급(신혼특공)이 자산 기준 없이 소득 기준만 적용해 형평성 논란이 뜨겁다. 현 제도로는 맞벌이 대기업 부부보다 부모 도움을 받아 생활하는 '금수저' 무직 부부가 청약 당첨에 유리하다. 소득 기준이 맞벌이 부부에게 불리해 청약 때문에 일부러 직장을 그만두거나 부부 중 한 명이 연봉이 낮은 곳으로 이직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혼부부들이 신혼특공에 지원하기 위해 부부 중 한 명이 직장을 그만두거나 연봉이 낮은 직장으로 이직하는 것까지 고민하고 있다.

마포에 사는 서 모씨(34)는 최근 신혼특공에 지원하려고 연봉이 1000만원 낮은 곳으로 이직을 고민 중이다. 자녀 한 명을 둔 맞벌이 부부로 합산 월평균 소득이 700만원 중반대다. 올해 맞벌이 기준 3인 가구의 신혼특공 소득 상한선이 702만원이라 지원할 수 없다.

서씨는 "특별공급을 위해 연봉이 4000만원 수준인 곳으로 이직을 고민 중"이라며 "연봉이 1000만원 깎인다고 해도 10년 일해야 1억원 차이인데 현재 아파트 가격은 1년에 1억원 이상 뛰고 있어 특별공급 도전이 낫다"고 말했다. 서씨는 일단 청약에 당첨된 뒤 다시 연봉을 올려 이직할 생각이다.

부부 중 한 명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소득 기준에 맞춰 특공에 도전하는 사례도 있다. 성동구에 사는 김 모씨(33)는 남편과 합쳐 월급이 730만원 수준이라 그간 신혼특공에 도전하지 못했다. 김씨는 얼마 전 둘째 출산을 계기로 신혼특공에 도전하려고 육아휴직 후 어렵게 퇴사를 결정했다. 신혼특공을 위해 이직·퇴사까지 고려하는 행태는 현 제도가 맞벌이 고소득 부부들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신혼특공 소득 기준은 3인 가구 기준 부부 합산 월 최대 702만원으로 대기업 맞벌이 부부들은 신청하기 어렵지만, 외벌이 소득 기준은 월 648만원이어서 소득이 적은 쪽이 일을 그만두면 쉽게 자격을 갖출 수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청년층 경력단절을 부추긴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신혼특공에서 현 자격 기준으로는 아무리 특별공급 물량을 늘린다 해도 금수저나 현금 부자들에게 기회의 문이 더 열리는 셈이다. 사실상 2자녀 이상만 당첨 가능한 시스템도 최근 자녀 수가 줄어드는 신혼부부들 현실과 동떨어졌다. 민영주택 신혼특공은 해당 지역 거주자 중 소득 기준 만족 시 자녀 수를 따지고 자녀 수가 같으면 추첨해 당첨자를 가린다. 최근 경쟁이 치열해지자 2자녀 이하는 사실상 당첨이 힘들어졌다. 최근 인기 단지의 신혼특공 경쟁률은 100대1 돌파도 예사다. 지난달 27일 진행된 'DMC 금호 리첸시아' 전용면적 59㎡형 신혼특공은 최고 경쟁률 129.50대1을 기록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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