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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음악을 섬겼던 명지휘자···마리스 얀손스, 향년 76세로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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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라트비아 출신의 세계적인 명지휘자 마리스 얀손스가 타계했다. 향년 76세.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 공식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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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트비아 출신의 세계적인 명지휘자 마리스 얀손스가 타계했다. 향년 76세.

1일 발트 3국 뉴스통신 BNS와 AFP통신,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얀손스는 전날(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자택에서 지병인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AFP는 유족의 지인들을 인용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20세기 위대한 지휘자 에프게니 므라빈스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에게 배운 그는 현대 지휘계에서 이들을 잇는 ‘명장 중의 명장’으로 손꼽힌다. 그는 러시아 음악에 정통했으며, 특히 러시아의 20세기 음악을 대표하는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 스페셜리스트로 통했다.

얀손스는 1943년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 지휘자 아버지 아르비드 얀손스와 소프라노 어머니 이라이다 얀손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레닌그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였던 므라빈스키의 부지휘자가 되면서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주해 레닌그라드 음악원에서 피아노와 지휘를 공부했다. 1969년에는 카라얀에게 지휘를 배우기도 했다.

1971년 카라얀 지휘자 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했다. 1973년에는 아버지를 이어 레닌그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지휘자가 돼 므라빈스키로부터 직접 지휘를 배웠다.

얀손스는 36세 때 노르웨이의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에 취임한다.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유럽 정상급 악단으로 끌어올려 노르웨이 국왕으로부터 외국인에 수여되는 최고의 훈장을 받았다. 피츠버그 교향악단을 이끌면서는 해리 예술상을 받았다.

이후 얀손스는 국제적 커리어를 쌓아나갔다. 2003년부터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상임 지휘자를 맡았으며, 2004년부터 2015년까지는 네덜란드 최고 오케스트라인 로열 콘세르트허바우를 이끌었다.

2008년 영국 음악전문지 ‘그라머폰’은 음악평론가들의 설문을 토대로 발표한 세계 오케스트라 순위에서 얀손스가 수석지휘자를 맡은 로열 콘세르트허바우를 1위, 바이에른 방송교항악단은 6위에 꼽았다.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세계 10대 교향악단 두 곳을 감독하며 당대 최고의 지휘자로서 명성을 떨친 것이다.

세계 최고의 명지휘자들만을 초대한다는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에도 2006년, 2012년, 2016년 등 세 차례나 초청받았다.

2006년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을 지휘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3번 음반으로 그래미상 오케스트라 부문을 수상했다. 지멘스 음악상, 에코 클래식 올해의 지휘자상과 오페른벨트 올해의 지휘자상을 받았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1992년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와 첫 내한공연을 가진 후 1996년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2010년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와 내한공연을 각각 가졌다. 2014년, 2016년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내한했으며, 2018년 11월에도 이 악단과 함께 내한할 예정이었으나 건강 악화로 주빈 메타가 대신 지휘했다.

얀손스는 2016년 내한에 앞서 경향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세계 최고의 지휘자’라는 평에 대해 “나는 내가 최고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전에도 많은 거장들이 있었고, 앞으로도 훌륭한 지휘자들이 계속 등장할 것”이라며 “좋은 지휘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타고난 재능과 진지한 교육이다. 지휘대에 오르기를 원한다면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진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인터뷰에서 “음악을 겸손하게 섬겨야 한다”고 말한 그는 21세기 클래식 음악의 의미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클래식 음악은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다. 그것은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며, 오래 들을수록 가치를 더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의 삶이나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관련기사: 한국인에 인기 최고 지휘자 “클래식은 엔터테인먼트 아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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