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승근 부산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이승근 부산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
강직성 척추염은 환자 수가 많지 않은 질환이다. 그렇다 보니 아직 대중에게 덜 알려진 질환인 듯하다. 강직성 척추염은 말 그대로 척추에 염증이 발생하고, 이 염증으로 점차 척추뼈가 굳어지는 진행성 만성질환이다. 방치하면 척추뼈가 대나무처럼 일자 형태로 굳어 일상생활조차 어려울 정도의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원인이 명확하진 않지만 자가면역 체계 이상으로 비정상적인 면역반응이 유발돼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HLA-B27이라는 유전자와 연관이 많으며 강직성 척추염 환자의 90% 이상에서 이 유전자가 발견된다.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2~3배 정도 더 많이 발생하고, 20~30대의 비중이 전체 환자 중 40%를 넘기 때문에 젊은 남성들이 특히 유의해야 한다. 가족력이 있으므로 부모, 형제자매 등이 질환이 있을 경우 적절한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증상은 10대 후반에서 30대에 걸쳐 엉덩이·허리 통증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아침에 일어날 때나 쉬고 있을 때 통증이 심하고 움직이거나 운동을 하면 오히려 호전된다. 젊은 층에서 허리 통증의 양상이 일반적인 근육통 등과 달리 휴식을 취하면 더 아프고, 3개월 이상 만성적,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경우에는 한 번쯤 류마티스내과를 찾아 정확한 검진을 받아보기를 권한다.
치료는 내과적 치료가 우선이다. 염증·통증의 완화를 위해 비스테로이드소염제를 먼저 사용하고, 효과가 없으면 면역억제제나 생물학적 제제를 고려한다.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을 차단하는 표적치료제의 일종이다. 기존 치료제보다 효과가 좋아서 최근 사용 사례가 늘고 있으나 결핵의 재활성화를 포함한 감염, 알레르기 반응 등과 같은 내과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전신 장기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전신 질환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무릎 혹은 발목, 발뒤꿈치 관절 등이 함께 아픈 경우가 많고 포도막염, 피부 건선, 염증성 장 질환 등이 흔하게 동반될 수 있다. 드물게는 심장 부정맥, 콩팥 단백뇨, 폐 섬유화 등이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질환들을 종합적으로 추적·관리할 수 있고 내과적 치료의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류마티스내과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질환 관리에 좀 더 유리하다.
10여 년 전만 해도 발병 후 십수 년이 지나 허리가 거의 굳어진 상태로 진료실에 오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진행된 환자는 많지 않고 치료 약제도 발전해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관리가 가능하다. 강직성 척추염으로 인한 장애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조기 진단과 꾸준한 치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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