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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대장암 위험 분석, 유전자 대신 AI로 하니 비용 줄고 정확도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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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1명 조직 디지털화해 AI가 분석

비용 부담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

재발 위험 높은 환자 파악에 유용

병원리포트 서울대병원 병리과 강경훈·배정모 교수팀

국내 연구진이 대장암 환자의 재발·전이 위험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종전에 유전자 분석과 비교해 정확도는 비슷하면서도 비용은 5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서울대병원 병리과 강경훈·배정모 교수, 유승연 전공의는 2005~2012년 채취한 대장암 환자 578명의 조직을 디지털화한 뒤 AI로 분석한 결과 기존에 고가의 대장암 병기 진단 방법과 비교해 정확도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암을 치료할 때는 종양의 크기나 전이 여부 등을 평가해 병기를 정한다. 보통 1~2기는 수술로 암을 뗀 뒤 추적 관찰하고 주변으로 암세포가 퍼진 3기 이상은 수술을 포함해 항암·방사선 치료를 폭넓게 고려한다.

하지만 대장암은 이런 병기 판단이 실제 환자의 예후, 즉 5년 생존율을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컨대 림프절 전이가 없어 2기로 진단받은 환자라도 대장 조직의 가장 바깥쪽인 장막까지 종양이 침범한 경우는 림프절 전이가 있는 3기 환자보다 암이 재발하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될 위험이 크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는 기술이 유전자 분석이다. 조직에서 RNA를 추출한 다음 전체 유전자 발현 양상을 파악해 대장암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이런 ‘CMS 기법’을 적용하면 환자의 5년 생존율을 더욱 정확히 판단할 수 있고, 나아가 일부 항암제 효과까지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검사 비용이 60만~80만원으로 비싼 편이라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주목한 기술이 AI다. 종양 조직 슬라이드를 스캔해 디지털 이미지로 만든 다음, AI에게 조직의 종양 세포 비율과 염증 세포 침윤 정도를 학습시켜 대장암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AI 분석으로 구분한 종양 유형과 CMS를 통한 종양 유형은 일대일 대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유전자 분석에서 CMS1로 분류된 조직은 AI를 통해 1번으로 분류된 조직과 일치했다. 연구팀이 신뢰성 검증을 위해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모집한 또 다른 대장암 환자 28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역시 AI 유형과 CMS 유형은 일대일 대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를 활용한 분석 비용은 12만원 정도로 CMS 기법과 비교해 20% 정도에 불과하다. 배정모 교수는 “이번 연구는 조직 병리 이미지를 활용한 AI 분석이 RNA를 이용한 전체 유전자 발현 분석만큼 유용하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AI 분석 정보가 재발 위험성이 높은 대장암 환자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임상 암 연구(Clinical Cancer Research)’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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