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프로그램에 출연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일(현지시간) 테러 혐의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됐다가 가석방된 74명이 대중에 위협을 미치지는 않을지 다시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BBC 프로그램에 출연, 런던 브리지에서 발생한 흉기 테러 사건과 관련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앞서 과거 테러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다가 가석방된 우스만 칸(28)은 지난달 29일 흉기로 시민 2명을 살해하는 등 끔찍한 테러를 저질렀다가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칸은 런던 증권거래소 폭탄 테러 기도 혐의로 지난 2012년 2월 최소 징역 8년 이상의 부정기형(不定期刑·가석방을 신청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복역 기간만 설정하고 형의 만료 시한을 확정하지 않는 형벌)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013년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파기하고, 대신 칸에게 징역 16년형을 선고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전자발찌 부착 등의 조건 하에 가석방됐다.

존슨 총리는 칸과 같은 위험인물이 겨우 8년만 복역한 뒤 풀려난 것에 대해 매우 혐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칸의 가석방이 노동당 정부 당시 "좌파 정부에 의해 도입된 법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노동당 정부는 2005년 시행에 들어간 부정기형 제도로 교도소 과밀 현상이 벌어지자, 장기 징역형을 받은 죄수가 형기의 절반을 복역하면 가석방위원회 심사를 받지 않아도 자동으로 석방할 수 있도록 하는 '형사사법과 이민에 관한 법률'을 도입했다.

존슨 총리는 2010년 집권한 보수당 정부가 이 법을 폐지하지 않았으면서 지금 노동당을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나는 새 총리다. 우리는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러면서 "나는 (자동 석방에 대해) 2003년에도, 2008년에도 반대했다"면서 "이제 총리로서 폭력과 심각한 성범죄, 폭력 및 테러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조기에 출소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존슨 총리는 테러 혐의 유죄가 인정돼 수감 중이다가 가석방된 이는 모두 74명으로, 이들이 "대중의 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은 보수당이 중대 테러를 저지른 범죄자는 14년 이상 복역하도록 하는 새로운 정책을 실시할 것이라고 했다.

런던 브리지 테러 현장 [AFP=연합뉴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그러나 이번 사건에 따라 자동적으로 법안을 개정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코빈 대표는 "어떤 정부도 공격을 막을 수 없다. 그럴 수 있다고 말하는 정치 지도자를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정부는 테러를 더 적게 발생할 수 있도록 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호관찰과 정신건강 치료 등 공공서비스에 더 많은 재원을 투자해 사람들이 법을 어기지 않도록 예방하고 재범을 최소화하는 점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렴하게 사람들의 안전을 유지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에드 데이비 자유민주당 부대표는 이번 테러와 관련한 존슨 총리의 대응에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데이비 부대표는 "총선이 진행되는 가운데 누구도 비극적 사건을 정치적 이익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그런데 그(존슨 총리)는 실제 법 내용과 관련해 사람들을 호도하면서 그런 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테러로 목숨을 잃은 케임브리지대학 범죄학 전공 대학원생 잭 메릿(25)의 부친은 트위터에 "아들의 죽음이 더 가혹한 징역이나 불필요하게 사람들을 구금하는 구실로 이용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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