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9 (목)

일반고로? 자사고로? 혼돈의 중3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고교 원서접수 10여일 앞두고 주요대 정시확대 발표

수능 유리 자사고 VS 내신 유리 일반고… 깊어진 고민

중2부터 비교과 폐지, 중3은 “수능, 비교과 다 챙겨야”
한국일보

지난 10월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고입설명회에서 입시 전문가가 주요 상위권 대학의 전형별 선발 비율 등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반고로 간신히 결정했는데 자사고에 지원해야 할지 다시 고민 시작입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중3 학부모 A씨는 최근 교육부의 서울 주요대학의 정시 비율 확대 발표를 본 뒤 깊은 고민에 빠졌다. 오는 9일부터 시작되는 2020학년도 고교 입학 원서접수를 앞두고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A씨는 딸(15)과 “치열한 내신 경쟁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일반고에 가서 열심히 하자”고 다짐했다. 그런데 딸 아이가 대학에 진학하는 2023학년도부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의 정시 전형 비율이 40%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란 발표가 나오자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일반고에 비해 수능대비에 유리하다고 알려진 자사고나 특목고로 방향을 틀어야 할지 다시 결정을 내려야 해서다. A씨는 “고교선택이 마치 대입처럼 어렵고 혼란스럽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28일 교육부가 정시비율 확대와 학종 비교과영역 축소 등을 골자로 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현 중ㆍ고교생들은 학년별로 달라질 입시환경에 따라 저마다 혼란스러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번 주 안에 진학할 고교 선택을 마무리해야 하는 중3도 예외는 아니다. 교육부가 중3이 치르는 2023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서울 16개 주요대학의 정시 비율을 40% 이상으로 대폭 올리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당장 고교 진학을 앞둔 중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대학진학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교유형을 찾아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동구의 중3 학부모 B씨는 “수시전형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내신이 중요해질 수도 있어 일반고로 마음이 기운 상태”라면서도 “원서접수를 불과 열흘 앞두고 이런 발표가 나와 당혹스럽다”고 했다.

여기에 중3은 수능대비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둘 다 소홀히 할 수 없는 마지막 학년이 됐다. 교육부가 현 중2부터 학생부 비교과영역과 자기소개서를 폐지하기로 하면서 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4학년도부터 학종을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만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교육부 방침에 따르면 중2는 자율동아리, 수상경력, 독서활동 등 학생부 내 대부분의 비교과활동을 비롯해 자기소개서 없이 대학 입시를 치르게 되지만, 불과 한 학년 위인 중3은 이 모두를 챙겨야 한다. 수능(40% 이상 확대)과 학생부 모두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중고’를 겪게 되는 셈이다.

입시업체들은 “올해 고교선택 과정에서 혼란이 예상된다”는 공통적인 전망을 내놨다. 다만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정부의 정시 확대기조에 맞춰 올해 자사고, 외고를 비롯해 명문으로 불리는 일반고 지원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란 예상을 내놓은 반면,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자사고 등의 인기가 일시적으로 회복될 수도 있으나 수능(정시)과 내신(수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일반고 진학이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교 현장에서도 교사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서울의 한 공립고 교사는 “지난 몇 년간 일반고는 대체로 ‘학종체제’로 교육과정을 운영해 왔다”며 “수능 확대로 혼선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