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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연합시론] 여전히 심각한 작업장 안전관리 소홀…제2의 김용균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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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사내 하청 노동자가 많은 공공 부문 사업장과 민간 부문 대형 사업장 399곳을 불시에 안전보건 점검을 한 결과, 260곳이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것이 적발돼 과태료가 부과됐다. 같은 이유로 시정 지시를 받은 사업장은 353곳에 이른다. 심지어 12곳에서는 위험한 기계를 방호 조치도 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나 사용 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공공 부문, 민간 부문 가리지 않고 점검 대상 사업장 대부분에 안전조치가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경남 고성의 한 화력발전소에서는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장비 아래쪽에 노동자의 접근을 막는 '방호울'이 설치되지 않았다. 불과 1년 전 사내 하청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가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바로 이 방호울이 제대로 설치돼있지 않은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장비에 몸이 끼여 숨졌다. 고성의 이 화력발전소에는 레일에 따라 이동하는 '천장 크레인' 점검 작업대에도 추락 방지 장치가 없었다. 한 민간업체에서는 건물 외벽 작업에 쓰이는 고소 작업대에 상승 제어 장치가 설치되어있지 않아 노동자가 끼임 사고를 당할 위험이 컸다. 노동부의 이번 점검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관리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결과는 여전히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10일은 김용균 씨가 사망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하청 노동자들의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개선된 것은 미미하다. 지난 1월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됐으나 도급 금지 업무 범위가 화학물질 취급 업무를 중심으로 협소하게 규정돼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김용균 씨 사고가 발생한 발전소나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가 일어난 지하철, 그 밖에 철도, 조선업 등은 도급 금지 대상에서 제외됐고, 온갖 예외조항들이 붙었다. 한국의 산재 사고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 중 하청노동자의 비율은 40% 정도나 된다. 위험한 업무를 하청 노동자의 손에 맡기는 '위험의 외주화'가 일상화되어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용 절감 목적으로 초보적 기술만 익힌 사회 초년생들이 위험한 업무에 투입돼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안전조치를 강화하고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시킬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제2의 김용균, 제2의 '구의역 김군'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청 노동자들은 작업장의 위험을 알고도 원청이 단체교섭 의무가 없기 때문에 시정을 요구할 수 없다. 관련 법에 규정된 사용자의 개념을 확대하거나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규정을 마련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 불법 파견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도ㆍ감독에 나서야 한다. 사고 발생 시 처벌을 강화해야 하며, 산재 보험료도 원청과 하청 업체가 통합 관리하여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제 하청노동자들도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고 노동자로서의 인권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노동부에 하청 노동자의 노동삼권(단결권ㆍ단체교섭권ㆍ단체행동권)을 보장해주도록 권고한 것도 이러한 취지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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