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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미술의 세계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은 뭘까…한국 사회 고민하는 시작점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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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영화 경계 허무는 작가 임흥순]

다큐멘터리 영화 ‘위로공단’으로

베네치아 비엔날레 은사자상 수상

신작 ‘우리를…’ 여성 투쟁사 비추며

‘분단’으로 분열된 사회에 메시지 던져

“아트·예술 수식어 좋아하지 않지만

하던 게 미술이라 영상에도 베어나

전공 벗어나 현실 기록 영상에 몰두

시대 아카이브 돼야겠다 결심했죠”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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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흥순은 미술 작가이자 영화감독이다. 그의 작품은 미술과 영화의 경계를 허문다. 그는 다큐멘터리 영화 <위로공단>으로 2015년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미술제인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은사자상’을 받았다. 한국 작가로서 최고의 성취일 뿐 아니라 개봉 영화로서 미술제에서 상을 받는 흔치 않은 사례로 화제가 됐다.

임 감독의 새 영화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이 지난 28일 개봉했다. <위로공단>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삶과 애환을 다뤘다면, 이번 영화에선 독립운동가·빨치산·투쟁가로 활동했던 세 여성의 굴곡진 삶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영화 배급·마케팅을 맡은 엣나인필름은 이 영화를 ‘아트 다큐멘터리’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최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만난 임 감독은 “아트나 예술이라는 수식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는 사회적 의미를 지닌 작품 활동에 천착해왔다. 설치, 사진, 영상 등을 통해 임대아파트 같은 일상 공간과 집회 현장의 시민, 이주 노동자들의 목소리 등을 전해왔다. “제가 배운 미술이 미술 안에만 머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술 밖으로 나가고 싶었어요. 미술, 예술, 아트 이런 것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들어가보자 생각해 현실을 기록하는 영상 작업에 몰두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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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만든 영상은 여느 다큐의 문법과는 다르다. 사람들의 인터뷰를 전하다가 중간에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새들이 나는 하늘, 클로즈업으로 찍은 벌레 등을 보여주는 식이다. 이런 기법은 예술적이고 감각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아트 다큐멘터리’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다. “사람들 얘기를 듣다 보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풍경이 있어요. 그걸 인터뷰의 인상적인 대목과 마주치게 하는 거죠. 이분들 얘기를 어떻게 새롭게 전달할까 고민하다 보면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나와요. 예술이니 아트니 이런 것에서 멀어지려고 영상을 했는데, 하던 게 미술이라 몸에 밴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은사자상을 받은 것도 작품 속 이런 지점 때문이었을 터다. 하지만 그는 수상 당시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고 했다. “일부러 예술의 중심에서 벗어나 삶과 사회에 관심을 가졌는데, 갑자기 예술의 중심에서 인정받게 되니 기쁘면서도 생각이 복잡했어요. 수상을 계기로 내가 뭘 더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죠. <위로공단>이 상을 받은 건 영화 속 사람들 목소리의 힘 덕분이니 평범하지만 열심히 살아온 이들의 목소리를 더 담아서 시대의 아카이브가 돼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그는 제주 4·3사건을 다룬 첫 장편 다큐멘터리 <비념>(2013)을 만들 즈음, 4·3항쟁에 참여한 김동일과 독립운동가 정정화에 관한 책을 소개받았다. 이후 빨치산으로 활동했던 고계연의 사연까지 접하게 되면서 세 여성의 이야기를 하나로 연결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껏 소외되고 평가절하된 여성 투쟁사를 조명하고픈 마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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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을 만들게 된 계기는 또 있다. 2016년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로 갈려 서로를 혐오하기까지 하는 광경을 보면서 ‘원인이 뭘까?’를 고민했다. ‘분단이 한국 사회의 큰 문제로구나.’ 분단 전후의 시대 상황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통해 현재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임 감독은 세 여성의 젊은 시절을 재연할 배우 셋 중 둘을 북한 출신 여성으로 섭외했다. 외부 환경과 자신의 신념 때문에 계속 옮겨 다니며 타향살이를 해야 했던 과거의 여성과 북에서 남으로 내려온 현재의 여성을 연결해보고자 했다. 독특하게도 재연 배우들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느낀 점을 말한 인터뷰도 영화의 일부분이 됐다. “세 여성의 삶을 재연하면서 이들이 뭘 고민하고 느꼈는지도 영화의 메시지로서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임 감독은 말했다.

“모든 삶과 사회가 양쪽이 공존하며 두 다리로 걸어야 하는데, 우리는 왼쪽 팔다리가 거의 잘리다시피해 덜렁거리는 상태로 걸어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요. 영화가 해답을 제시할 순 없지만, 비정상적인 사회를 다시 제대로 만들 방법이 뭘까 고민해보는 시작점이 되면 좋겠어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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