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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北협상 시한 째깍째깍…방위비·징용문제까지 `운명의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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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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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로 맞춰진 한반도 안보 시계가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지만 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이 연내 대폭 인상된 타결을 요구하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은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협상이 재개되지만 당분간 난항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미국에 연말까지 비핵화 협상을 위해 '새로운 셈법'을 가져오라고 요구했지만,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해법을 줄 기미가 없다. 이르면 연말께 한국 내 일본 전범기업 자산에 대한 강제 매각이 집행될 예정인 가운데 한국과 일본이 그 전에 수출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강제징용 배상에 관해 타협안을 도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12월 위기'의 신호음은 한미 관계에서 터져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3일 워싱턴에서 이틀 일정으로 방위비 협상을 재개했지만, 현격한 입장 차를 고려하면 협상은 올해를 넘길 공산이 다분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올해 한국 측 분담금의 5배에 달하는 47억달러(약 5조5000억원)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 측은 미군의 한반도 순환 배치 비용 등 기존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없는 항목을 들이밀고 있다. 이는 한국이 수용하기 힘든 수준으로 미국 의회에서도 '무리한 요구'라는 비판이 많다. 이에 맞서 한국은 이번 협상에서도 SMA 틀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기존의 '5배 인상' 요구를 고집한다면 80분 만에 결렬됐던 지난달 서울 협상이 재연될 수도 있다.

최근 잇달아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한 북한은 '연말 시한'이 다가오면서 도발 수위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연말까지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 등을 제시하지 않으면 북한이 우선적으로 꺼낼 카드는 지난 2년간 유예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유력하다.

로버트 칼린 전 미국 국무부 북한정보 분석관은 지난달 28일 뉴욕타임스에 "현재 한반도 상황은 급격히 악화하고 있으며 미국은 활화산 위에 있다"면서 "북한은 12월 31일까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미국이 나오지 않으면 핵실험, ICBM 발사와 같은 도발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지난달 초대형 방사포 시험 발사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시 등장한 것을 보면 향후 미·북 대화에 대해 기대를 접은 것 아닌가 하는 분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탄핵 위기에 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고강도 도발 시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익연구센터(CNI) 한국담당 국장은 지난 1일 폭스뉴스 기고에서 "(북한이 ICBM 발사 등 도발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권으로부터) 공격적 행동으로 대응하기를 강요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일 관계도 연말까지 개선 해법을 찾지 못하면 한반도 안보 위기는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은 지난달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와 대화 재개를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지만, 실질적 관계 개선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기본적으로 우리 정부는 향후 협상을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철회되지 않으면 지소미아를 종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은 지소미아와 수출 관리가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르면 연말로 예정된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을 위한 한국 내 일본 전범기업의 자산 강제 매각이 집행되면 한일 관계는 지금보다 더 냉각될 수밖에 없다. 일단 양측은 이달 말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기간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해 지소미아와 수출규제에 관한 타협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내에서도 내년 도쿄올림픽 이전에 한국과 껄끄러운 문제를 털고 가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일 간에 협의할) 시간이 좀 확보되기는 했지만 그 시간이 마냥 긴 것은 아니다"면서 "일본이 시간 끌기 전략으로 나온다면 어느 시점에서 (조건부로 중단한 지소미아 종료·세계무역기구 제소 절차를) 재가동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정부에서 한일 갈등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수출규제와 별도의 테이블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피해자 우선' 원칙을 분명하게 유지하고 있어 징용 피해자와의 협의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문희상 국회의장이 양국 국민과 기업들의 기부금으로 배상금을 지급하는 절충안을 내놨지만 피해자들은 거부감을 드러냈다.

[박만원 기자 / 김정범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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