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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디지털 디스토피아’가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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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ㅣ아미샘의 ‘미디어가 왜요?’

한겨레

유난히 같은 사고가 자주 나는 도로가 있다고 해봅시다.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요.

먼저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조심하라는 표지판을 세우고 운전자를 관리하겠지요. 그래도 계속 사고가 날 경우, 그때는 도로에 구조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가로등 같은 도움을 주는 장치가 더 필요한 것은 아닌지 고민하겠지요. 큰 틀에서는 우리의 교통 문화에 문제가 있는 부분은 없는지 점검하고, 교통 문화 변화를 위한 캠페인 등을 통해 사고를 줄이고자 할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공간에서 비극적 사고가 반복 발생할 경우, 우리는 위의 교통사고 사례와 같이 복합적인 대처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에게 행동을 조심하고 자신의 안전을 지키라 경고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여러 대처 방법 중 가장 기초적인 일면일 뿐입니다.

개인의 온라인 안전을 강조하는 대처와 더불어, 온라인 공간의 구조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해야겠지요. 일상이 된 온라인 문화를 비판적으로 살피고 함께 고쳐나가는 사회적 대처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파생한 비극적 사건들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하루라도 빨리 온라인 구조와 문화를 바꾸기 위해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고, 이를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990년대 정보 민주화, 장벽 없는 소통 등을 그리며 ‘월드와이드웹’(www)을 발명한 영국의 팀 버너스리는 ‘웹을 위한 계약’(Contract for the Web)이라는 글로벌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팀 버너스리는 현재 웹이 지나치게 상업주의적으로 흘러가고 있고 민주주의에 오히려 악영향을 주는 디지털 디스토피아가 되고 있음을 비판했습니다. 더불어 모두에게 안전하고 힘이 되는 온라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각국 정부, 미디어 기업, 시민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 9가지 원칙을 중심으로 제안하고 있지요.

시민 행동을 위한 원칙 중 하나는 ‘시민 담론이 활발하고, 인간을 존중하는 탄탄한 커뮤니티를 만들어갑시다’입니다. 이 원칙은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모든 사람이 안전한 공간에 있음을, 그리고 자신이 배제되지 않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이를 위한 구체적 행동으로는, 온라인 공간에서 체계적으로 배제되고 있다고 느끼는 집단의 목소리를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그 집단이 공격의 대상이 됐을 때 그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연대하는 것입니다. 원칙들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해당 누리집(contractfortheweb.org)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생활하는 디지털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갈 것인가에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디지털 문화는 무엇인가, 건강한 디지털 세상은 어떤 모습이고 어떤 원칙을 지켜야 하는가, 이를 위해 개인과 정부, 기업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에 관한 사회적 담론을 하루라도 빨리 만들어가야 합니다.

한겨레



김아미 ㅣ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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