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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수능 성적표’ 사전 유출 논란…평가원 보안 관리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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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피 허점 이용 312명 확인

미리 본 N수생들 등급컷 전망 “면접·논술 응시 결정 가능”

수험생들 ‘형평성’ 문제제기…평가원 “예정대로 4일 공개”



경향신문

지난 1일 한 온라인 수험생 커뮤니티에 2020학년도 수능 성적을 사전에 확인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시물(사진 왼쪽)이 올라오자 수험생들이 수능 등급컷 등을 거론하며 댓글을 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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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개별 통보를 사흘 앞두고 일부 수험생들이 본인 성적을 사전에 확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홈페이지의 보안 허점을 이용해 자신의 성적을 미리 열람한 것이다.

평가원은 수능 성적 유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예정대로 4일에 성적을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평가원은 “312명의 수험생이 지난 1일 오후 9시56분부터 2일 오전 1시32분 사이에 본인의 수능 성적표를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2일 밝혔다. 평가원은 “오전 1시33분에 상황을 인지하고 관련 서비스를 차단했다”며 “타인의 성적이나 정보는 볼 수 없는 시스템 구조라 본인의 성적만 본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평가원은 성적이 유출된 경위에 대해 “성적출력물 검증 및 시스템 점검 등을 위해 올해 수능 성적자료를 정보 시스템에 탑재해 검증하는 과정에서 홈페이지에 보안 취약점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평가원은 지난해 8월 감사원이 실시한 중등교원 임용시험 관리실태 감사에서도 전산 보안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1일 오후 늦게 16만명가량의 회원이 있는 온라인 수험생 커뮤니티에 수험생 ㄱ씨가 “올해 수능 성적을 미리 확인했다”며 자신의 2020학년도 수능 성적표를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수능 성적은 본래 사흘 뒤인 4일에 발표될 예정이었다. 게시물을 본 다른 수험생들이 댓글로 “수능 성적표를 어떻게 미리 확인했냐”고 묻자 ㄱ씨는 ‘수능 성적표 미리 출력하는 방법’이라는 글을 올려 방식을 공유했다.

이에 따르면 ㄱ씨는 평가원 홈페이지에 로그인한 후 웹 브라우저 개발자 도구(DOM탐색기)를 이용해 성적 이력의 연도를 ‘2019’에서 ‘2020’으로 바꾸는 방법을 사용했다. 기존의 이력을 고쳐 재검색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수능을 이미 한 차례 이상 치른 ‘N수생’의 경우만 이 방법으로 확인이 가능했다.

이 방법대로 성적을 미리 확인한 다른 수험생들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연이어 자신의 수능 성적표를 인증하는 글을 올렸다. 수험생들이 서로 점수와 등급을 비교해본 뒤 아직 발표 전인 수능 등급컷까지 전망하는 글도 올라왔다.

평가원은 “수능 성적 발표일 이전에는 성적증명서 조회 시 시스템에 조회 시작일 제한이 걸려 성적 조회가 이루어지지 않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수능 정보 시스템 서비스 및 취약점을 점검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평가원은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혼란을 야기하여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면서도 “성적을 사전에 조회한 312명을 포함해 올해 수능 성적 통보는 예정대로 4일 오전 9시부터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수험생들은 성적을 미리 확인한 수험생들이 입시에서 유리하므로 성적 통보를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성적을 미리 확인하면 논술전형 등 대학별고사 응시 여부도 더 빨리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2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수능 성적표를 부정 확인한 인원의 성적을 전원 0점 처리 바란다”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성적표를 미리 출력한 수험생들은 점수에 따라 면접 및 논술고사에 갈지 안 갈지를 결정할 수 있다”며 “불법적으로 획득한 정보를 이용하는 수험생들에게 법을 준수하는 일반 수험생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성적표를 미리 확인한 학생들에 대한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 송근현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성적표를 확인한 로그온 기록이 남아 있다”면서 “이 행위가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들면 법적 대응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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