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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중국의 유명한 문인들을 知韓派로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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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선 인하대 국문과 명예교수, 10년 넘게 한·중 문학 교류 활동

중국 정부 '도서특수공헌상' 수상 "限韓令 녹일 불씨는 문화 외교"

"한국과 중국 사이에 정치적 문제가 있더라도 문학 교류로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정선(63) 인하대 국문과 명예교수는 2일 경북 청송군에서 열린 제3회 한국과 중국 시인회의를 맞아 "2007년부터 열린 한·중 작가 회의가 규모를 축소해 3년 전부터 시인들만의 모임이 됐지만, 지난 오랜 세월 동안 아라이(阿來) 등 중국의 저명한 문인 50여 명이 이 만남을 통해 지한파(知韓派)가 됐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경북 청송 객주문학관을 중심으로 해마다 한국과 중국 문학 교류를 진행해 온 홍정선 교수는 "이 만남을 통해 중국의 저명 문인들이 중국 곳곳에서 한국을 홍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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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교수는 1982년 문학평론가로 등단해 활동했으며 1992년부터 인하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학을 전공하는 중국 유학생 100여 명을 양성했다. "한국에 애정을 지닌 중국 학생들에게 등록금 면제를 비롯해 생활비 지원이나 아르바이트 알선 등으로 공부할 기회를 마련해줬는데, 제자들 대부분이 중국 각 대학 교수가 됐다"고 한다.

홍 교수는 지난 2007년 소설가 김주영의 주도로 시작된 한국과 중국 작가 회의의 실무 작업을 맡아왔다. 이 교류가 예산 문제 때문에 시인들 간 교류로 축소됐지만, 해마다 김주영 작가의 고향인 경북 청송에서 열려왔다. 올해 회의엔 중국에서 왕샤오니(王小尼) 등 5명의 시인이 참여했고, 한국에선 송재학 등 5명의 시인이 나와 시론(詩論)을 주고받았다.

홍정선 교수는 이날 회의에서 주제 발표를 통해 '오랫동안 한시(漢詩)가 한국문학사에서 근대 자유시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며 한국 현대시와 한시의 관계를 풀이했다. 정지용의 시 '향수'에 나오는 '하늘에는 성근 별'이나 '서리까마귀 우지짖고'는 중국 조조의 한시 '단가행(短歌行)'에 나오는 '월명성희(月明星稀)/ 오작남비(烏鵲南飛)'(달이 밝으면 별빛이 흐리고 까마귀와 까치는 남쪽으로 날아가네)의 현대적 변용이라는 것.

홍 교수는 지난 8월 말 중국 정부가 중국 문화의 세계화에 기여한 외국인에게 주는 중화도서특수공헌상을 받았다. 상금은 10만위안(약 1600만원). 수상자 15명 중 14명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관련 도서를 낸 서양인이지만, 그와 상관없이 상을 받은 동양인은 홍 교수가 유일하다. 지난 10여 년 동안 한·중 문학 교류를 지속해 오면서 중국 문학의 한국 출판을 주선해 온 공로를 인정받은 것.

홍 교수는 "지난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에선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 조치)이 내려져 한국 문학이 출판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 문제는 두 나라가 문화 외교를 통해 충분히 풀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각 성(省)이 독자적으로 한한령을 풀 권한이 있는데, 최근 후난성(湖南省) 고위 관계자가 문화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한국 문학 출판을 허용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문화를 통한 중국 설득에 아무런 생각이 없는 듯하다."





[청송=박해현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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