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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리뷰]영화 ‘포드 V 페라리’, 두 남자의 레이싱 ‘조마조마’…흥행질주는 ‘아슬아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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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포드 V 페라리>는 불가능에 도전했던 두 남성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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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두 남성 배우 맷 데이먼과 크리스천 베일. 실화가 바탕인 영화 <포드 V 페라리>는 이 화려한 주연배우에 ‘울버린’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 <로건>(2017)으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감독 제임스 맨골드가 결합해 완성한 영화다. 결론부터 말하면 <포드 V 페라리>는 화려한 조합에 부합하는 완벽한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완전히 실망할 영화도 아니다.

영화는 1959년 미국인 최초로 ‘르망24’에서 우승한 캐럴 셸비(맷 데이먼)의 운전 장면에서 시작한다. 르망24는 프랑스 르망에서 열리는 자동차 경주다. 운전자는 교체하지만 자동차는 하나로 24시간 주행하는 경주로, 속도는 물론 내구성이 매우 중요하다. 몇 년 뒤,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는 지속적인 매출 감소에 새 활로를 모색한다. 포드의 마케팅팀장 리 아이아코카(존 번탈)는 2차 세계대전 직후 태어난 세대에게 어필하기 위해 스포츠카 경주에서 절대적 1위를 달리지만, 경영난에 허덕이던 이탈리아 업체 페라리 인수·합병에 나선다.

그러나 페라리는 포드의 제안을 몸값 올리는 수단으로만 이용하고 계약은 거절한다. 망신을 당한 포드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르망24에서 페라리를 이길 차량 생산에 돌입한다. 포드, 더 나아가 미국의 자존심을 세울 팀장에는 셸비가 임명된다. 건강 악화로 직접 운전대를 잡기 힘들었던 셸비는 친구 켄 마일스(크리스천 베일)를 파트너로 영입한다. 영국 출신 마일스는 차에 대한 뛰어난 지식과 감각을 가지고 있지만 자유분방하고 센 고집으로 포드와 마찰을 빚는다.

자동차 경주가 주된 소재인 만큼 박진감 넘치는 경주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수많은 디지털 기기로 가득 차 있는 요즘과 달리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는 아날로그 향수와 기름 냄새가 가득하다. 멜로의 간절함·그리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휴대전화가 없는 시대, 범죄물의 미스터리와 추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폐쇄회로(CC)TV가 없는 시대를 택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경주 장면이 많아 다소 지루할 법하지만 진지한 배우들의 연기와 아슬아슬한 그림이 지루함을 덜어준다. 특히 영화가 들려주는 강렬한 엔진음, 타이어 파열음은 자동차 마니아뿐 아니라 일반 관객도 충분히 경주의 묘미를 느끼게 한다.

화려한 자동차 경주 장면보다 돋보이는 것은 이야기다. <로건>에서 히어로 울버린의 인간적 면모를 매우 사실적으로 그린 감독 맨골드의 장기가 발현되는 지점이다.

미국 대 이탈리아(또는 유럽)라는 구도의 이야기라 자칫 ‘미국뽕’으로 흐를 수 있지만 영화는 균형을 잘 유지한다. 여기에 인물들의 인간적 고뇌도 적절히 녹여 영화의 깊이를 더한다.

밸런스를 잘 맞춘 자동차처럼 한쪽에 과도하게 쏠리지 않고 속도감과 안정감을 적절히 즐길 수 있게 한 가족영화다. 주연뿐 아니라 켄 마일스의 가족을 연기한 배우들의 호연도 인상적이다. 다만 르망24를 연상시키는 긴 상영시간은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7000rpm 어딘가 희미해지는 지점이 있다”는 영화 속 대사처럼, 상영시간이 2시간 넘어가면 어딘가 희미해지는 지점이 있기 마련이다. 4일 개봉. 152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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