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 경제에 대해 올해 성장률이 바닥을 쳤다고 분석했다. 내년 반등에 대해서도 회복 속도가 매우 더딜 것으로 봤다. 글로벌 무역 긴장이 지속되는 한편 수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황 회복이 요원하다는 이유에서다.

숀 로치 S&P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S&P·나이스신용평가 공동 세미나에서 “한국 경기는 올해 바닥을 쳤으며 내년 반등세도 점진적일 것”이라며 “디플레이션이 경제 성장에 핵심 리스크”라고 밝혔다.

숀 로치 수석은 이날 한국의 경제성장률에 대해 올해 1.9%, 내년 2.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 산업연구원이 전망한 2.3%보다 낮은 수준이다. 숀 로치 수석은 “글로벌 양적 완화 기조,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협의 가능성, 전자 업종의 재고 사이클 반등세 등 영향으로 한국 경기는 내년 반등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부정적인 미·중 관계와 기술 업종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한·일 관계 등 글로벌 무역긴장이 위협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S&P와 함께 세미나를 진행한 나신평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2.0%, 내년 2.2%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내년 40개 산업별 산업위험 전망을 발표하면서 전체 중 17개가 불리한 환경에 놓여 있으며 나머지 23개는 중립적 환경일 것이라고 밝혔다. 최우석 나신평 평가정책본부 상무는 “40개 산업 중 17개가 부진한 것은 상당한 신용부담이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며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향 압박이 내년에도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수업종 중에서는 인구 감소, 가계부채 확대에 따른 소비여력 저하로 소매유통, 의류, 외식, 주류 산업 등이 불리한 환경에 놓일 것으로 예상했다. 저금리 기조에 따라 금융업 전반의 수익성 부담과 보험 할부리스 산업 역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

최우석 상무는 “거시환경과 산업환경 변화에 따라 내년 신용도 하향 조정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국 수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에 대해서는 일부 회복 가능성이 있긴 하나 공급초과율 속도에 따라 시기와 수준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준홍 S&P 아태지역 기업 신용평가 이사는 “반도체 산업은 올해 4분기에서 내년 초까지 힘든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전체적 시장지위가 강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업황 회복 시기가 관건”이라고 예상했다.

디스플레이 업황 부진도 이어지는 가운데 LG디스플레이가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준홍 이사는 “디스플레이 패널은 중국발 LCD패널 공급 과잉 심화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라며 “현재 투자중인 OLED패널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향후 지켜봐야 할 요인”이라고 밝혔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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