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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비정규직 억울한 죽음 조사보고서, 정부는 휴지조각 취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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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집배원·조선업 특조위 권고안 거의 이행 안돼"

"띰질식 처방 퇴행…정부는 이행점검위 사실상 반대"

뉴스1

문재인정부의 중대재해사업장조사위원회 권고와 이행실태 점검토론회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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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 노동자 고 김용균씨와 과로로 숨진 집배원, 작업 중 사망한 조선업 종사자 등 수많은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고 각각 조사단체가 꾸려져 권고안을 내놨지만 정부는 이를 거의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 김용균노동자 1주기 추모위원회는 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현 정권에서 중대재해사업장 조사위원회의 권고가 이행되지 않는 실태를 발표했다.

이들에 따르면 김용균 특조위가 꾸려져 하청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포함한 22개의 권고안을 발표했고 정부는 '특조위의 안을 100%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받아들인 것은 거의 없었다.

김용균 특조위 조사위원이었던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정부 관계자들은 안전대책은 권고안대로 할 수 있는데 직접고용은 어렵다는 식으로 말을 하며 땜질식 처방으로 퇴행하고 있다"며 "정부는 이행점검위를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발전소 노동자인 이태성씨는 이날 "현장 노동자들은 오늘도 안전하게 일하고 무사히 다시 만나자고 말한다"며 "그만큼 위험한 현장인데 김용균 사고 이후 정부는 약속을 지키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태성씨는 1급발암물질이 현장에 만연하지만 하청노동자들을 위한 대책은 미비하다고 주장하며 제2, 제3의 김용균이 수두룩하게 나올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태성씨는 "현장 노동자들에게 지급된 마스크는 700원짜리"라며 "야간에도 뿌옇게 움직이는 것들이 비석"이라고 말했다.

김용균씨는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 벨트 사이에 말려들어 입사한 지 3개월만인 24살에 목숨을 잃었다.

OECD 평균보다 123일 추가로 노동하다 과로사하는 집배원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2017년 8월 집배원노동조선개선기획추진단이 꾸려져 과로사에 대해 실태를 조사하고 정부에 7개의 권고를 이행하라고 요청했지만 이 또한 반영된 것이 거의 없었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은 "기획추진단 활동을 시작한지 만 2년이 지났고 권고안을 발표한지 1년이 지났지만 부끄러울정도로 권고안에서 반영된 것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허소연 전국집배노동조합 교선국장은 "과로한 업무로 정규직 2000명을 충원해야 한다는 권고안이 나왔지만 정부는 증원이 아니라 인력을 재배치하겠다는 입장만 고수했다"며 "정규직을 늘리기는커녕 특수고용을 늘렸다"고 지적했다. 허 교선국장은 "토요택배를 폐지하지도 않았고 불완전한 노동을 늘리고 있다"며 "정부는 공공성 강화의 관점에서 권고안을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추락 등으로 2007년부터 10년 동안 349명이 사망한 조선업에서도 조사단이 만들어져서 2018년까지 활동해 권고안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당시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조사위원회 조사위원이었던 박종식 창원대 전임연구원은 "기술적인 차원에서의 개선안을 제외하고 조선업의 원하청구조 권고안들은 이행되지 않았다"며 "이행을 위한 공론화 과정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의료원의 서지윤 간호사의 경우 서울시가 진상대책위원회의 권고안을 이행하겠다고 혁신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이 또한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특조위가) 어마어마한 분량의 책을 냈고 비정규직의 억울하게 죽어간 삶이 (책 안에) 들어있는데 휴지조각이 된다는 것이 정말 마음이 아프다"며 "휴지조각이 되지 않게 우리가 싸워서 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uhhyerim77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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