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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버려진 칫솔, 초등생 줄넘기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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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다 쓴 칫솔은 일반쓰레기로 버려지는데, 한국에서 이렇게 버려지는 칫솔이 연간 4300t에 달합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차에 칫솔의 70%는 재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아이들을 위해 버려진 칫솔을 줄넘기로 만들어 나눠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만난 수라엔 데 실바 P&G 오랄비 브랜드 담당 상무(36)가 '블루우체통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 캠페인은 P&G 구강용품 전문 브랜드 '오랄비'가 소비자들이 다 쓴 칫솔을 파란색 우체통에 넣으면 이를 '새활용(업사이클)'해 줄넘기로 만들어 초등학생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2017년 글로벌 새활용 전문업체 '테라사이클'과 폐칫솔을 수거해 화분을 제작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는 품목을 줄넘기로 바꿨다. 칫솔모와 고무 등을 제외한 폐칫솔은 모두 줄넘기 손잡이 원료로 사용된다.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입니다.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만들면 좋을지 생각하다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줄넘기를 가지고 간다는 점에 착안해 줄넘기로 정했죠." 실제 줄넘기를 받아든 초등학생들은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버려진 쓰레기가 줄넘기로 다시 태어난 것이 믿기지 않는 듯,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줄넘기를 이리저리 살피고 직접 사용해봤다고 한다. 오랄비는 테라사이클과 함께 지난 6개월간 폐칫솔 400㎏을 수거해 재생 원료화 공정을 거쳐 업사이클 줄넘기 2000개를 제작했다. 이 줄넘기들은 서울용답초등학교와 성자초등학교에 기부했다.

그는 "업사이클은 원제품을 받아 더 가치 있는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며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어떤 제품이 나오는지 전 과정을 지켜보는 데 초점을 맞추기 위해 재활용이 아닌 새활용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이어 "캠페인은 굉장히 성공적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서울·경기 지역 학교와 치과에서 폐칫솔을 수거해왔는데 이제는 기업까지 확장돼 현재 수거 지역만 약 100곳에 달한다"고 말했다. 오랄비는 2017년부터 지금까지 약 1165㎏ 칫솔을 수거했고, 그동안 업사이클 화분, 리테이너 케이스, 줄넘기 등을 제작해 환원했다.

P&G는 이 밖에도 한 대형마트와 협업해 칫솔뿐만 아니라 샴푸, 린스 등을 담았던 플라스틱통을 수거 중이다. 지난 한 해 동안 1700㎏의 폐플라스틱을 모았고, 곧 소비자를 위한 제품으로 재탄생시킬 예정이다. P&G는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2030년까지 자사 브랜드가 사용하는 포장재를 100% 재활용 가능한 재료를 사용하거나 재활용된 제품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18년 기준 P&G 브랜드가 사용하는 포장재 86%가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만들어졌다.

데 실바 상무는 이 같은 캠페인을 벌이게 된 데 대해 "지구는 하나뿐이고 지금 환경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다음 세대가 그 책임을 지게 된다"며 "오랄비는 글로벌 구강케어를 선도하는 브랜드로서 (환경보호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은 자신의 가치관과 같은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최근 소비자들이 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고 이를 만족시키기 위한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캠페인을 확장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는 "최근 서울 한 자치구에서 캠페인에 동참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며 "수거할 수 있는 거점도 늘리고 있고 지역이나 대상도 다양한 곳으로 확장해 '스케일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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