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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 (토)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씁쓸한 ‘나토 70회 생일’…트럼프 등쌀에 회원국 균열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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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 시사에 이어 “미국 너무 많이 내” 분담금도 압박

마크롱 “뇌사” 발언 놓고 트럼프 “매우 모욕적” 비판



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가 열리는 런던 인근 스탠스테드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스탠스테드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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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가장 성공적인 군사동맹 가운데 하나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500년 동안 주요 군사동맹 가운데 40년 이상 존속한 것은 63개뿐이다. 평균 존속 기간은 15년이다. 그런데 1949년 창설된 나토는 올해 70주년을 맞았다. 나토 70주년을 기념해 29개 회원국 정상들이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만났다. 그러나 4일까지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는 동맹의 미래가 아니라 균열만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나토가 회원국들 간 불화로 창설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갈등의 진원지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취임 전부터 ‘나토 무용론’을 제기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회원국들이 미국에 빨대를 꽂아서 빨아먹고 있다”며 회원국들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헌장 5조의 집단방위 원칙을 준수하지 않겠다고 하는가 하면 나토 탈퇴까지 시사했다. 나토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14년 각국의 분담금을 2024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2%로 늘리기로 합의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회원국들이 방위비 분담금을 4%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영국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취재진에게 “알다시피 우리가 너무 많이 내기 때문에 우리에게 공정한 상황이 아니었다”며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우리가 보호해주는, 돈은 내지 않는 다른 나라들에서 1300억달러를 받을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했고 그들(다른 나라들)은 돈을 내지 않았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뇌사 발언’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거친 맞대응도 와해되고 있는 나토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0월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우리는 나토의 ‘뇌사’를 경험하고 있다” “동맹에 미래가 있는가”라고 했다. 이 발언은 미국의 시리아 철군과 이를 틈탄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이 나토 회원국 간의 오랜 공조체계 붕괴를 무너뜨렸다고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먼저 당신부터 뇌사가 아닌지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3일 출국하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나토는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동맹국(터키)을 무조건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뇌사를 일으킨 당사자로 지목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나토 정상회의 시작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나토 뇌사’ 발언에 대해 “매우 모욕적이라고 생각한다. 28개 나라에 아주 아주 못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고 AFP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이번 회의에서 균열이 봉합될 가능성은 낮다. 나토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방위비 분담금에서 미국 몫을 22%에서 16%로 낮췄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충분치 않다는 입장이다.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들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 등 ‘미국 우선주의’를 부각시키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장으로 나토를 활용할 것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뇌사 논쟁’에서 볼 수 있듯 정상들 간 불신도 상당하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나토의 적은 나토의 지도자들”이라고 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공동선언문도 나오지 않는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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