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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인터뷰] 김도균 한국이민재단 이사장 "제주 난민들 잘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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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31년 근무하다 3월 취임…"이민정책 요체는 국익과 인권"

"외국인 차별은 자해행위"…"중국동포는 갈등의 대상 아닌 자산"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김도균 한국이민재단 이사장이 4일 서울 양천구 목동 집무실에서 연합뉴스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지난 30여 년간 '다이내믹 코리아' 대한민국은 여러 면에서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세계화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전만 해도 외국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으나 이제는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외국인이 넘쳐난다.

이러한 격변을 온몸으로 느낀 사람 가운데 한 명이 김도균(57) 한국이민재단 이사장이다. 1988년 출입국관리직 7급 공채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김포공항 출입국심사관으로 시작해 법무부 이민정보과장과 출입국심사과장 등을 역임하며 이민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했다.

2006∼2010년 중국 칭다오(靑島)영사 시절에는 한국 비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중국동포들과 애환을 함께 했고, 지난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으로 재직할 때는 500명에 가까운 예멘인 난민 신청자를 관리하고 심사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3월 1일 한국이민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뒤로는 외국인의 한국 정착 지원과 건강한 다문화 사회 가꾸기에 앞장서고 있다.

18일 세계 이주민의 날을 앞두고 우리나라 이민정책의 현주소와 한국이민재단의 청사진을 물어보고자 4일 서울 양천구 목동 집무실에서 김 이사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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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김도균 한국이민재단 이사장이 집무실 벽에 걸린 조선 초기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를 가리키며 "우리 선조의 국제적 지식과 안목이 당대 세계 최고였다"고 역설하고 있다.



-- 지난해 제주에 들어온 예멘 난민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 예멘인 난민 신청자 481명 가운데 2명이 난민 인정을 받았고 412명에 인도적 체류허가 결정이 내려졌다. 다들 조용히 잘살고 있다. 지난해 9월 첫 인도적 체류허가자가 나온 이래 지금까지 한 명도 형사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다. 난민 신청자 부부 사이에서 태어나 내가 '제민'(濟民)이라는 한국식 이름을 지어준 아기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한 예멘인 남성은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제주시에 이슬람식 할랄식당 '와르다'를 차렸다. 대부분 제주도를 떠났다가 일부는 추운 날씨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와 현재 17%가량이 제주에 살고 있다. 이들은 또다시 한국 사회에서 논란의 대상으로 부각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지나친 관심을 쏟지 않았으면 좋겠다.

-- 500여 명의 예멘인이 제주도로 입국해 난민 신청을 했을 때 어떤 심경이었나.

▲ 기관장은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우리나라 이주민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쓴다는 각오로 임했다. 국민이 받은 충격이 컸고 심사 결과를 놓고도 찬반양론이 뜨거웠으나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을 지적하거나 비판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자부한다. 진정성을 갖고 소통에 나서니 예멘인이나 종교·시민단체도 내게 개인적인 비난을 하지 않았다.

-- 시민단체에는 어떤 얘기를 해줬는가.

▲ 지난해가 4·3사건 70주년이었다. 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예멘인들이 제주도에 축복을 주러 온 것'이라고 말했다. 70년 전 제주도민 가운데 일부가 일본으로 밀항했듯이 예멘인들도 내전을 피해 온 것 아닌가. 이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면 제주도민의 평화 의지와 인류애를 국제적으로 알릴 수 있다고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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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4일 당시 김도균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이 예멘 난민 지위 신청자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최근 국내 이주민의 추세는 어떤가.

▲ 양적 증가에 따른 질적 증가는 기대에 못 미친다. 불법체류자(미등록이주민)도 늘고 있는데 이들끼리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것이 문제다. 예전에는 한국인 브로커가 불법 취업을 주선했으나 이제는 불법체류자들의 자생적 조직이 만들어져 불법체류자를 불러들이고 있다. 허위 난민 신청을 해주는 외국인 브로커도 생겨났다.

-- 불법체류자를 줄일 방안은 없는가.

▲ 10월 기준으로 불법체류자가 38만5천880명에 이른다. 합법체류자(248만1천565명)에 비해 많은 편이다. 불법체류자는 시장 수요를 합법의 틀 안에서 소화하지 못해 생긴다. 심사나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시장 수요에 맞춰 합법 체류의 길을 열어 주고 불법체류자에게는 확실한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 이주민 정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사항은 무엇인가.

▲ 국익과 인권이다. 새롭게 등장한 현안은 인구 구조다. 이민은 줄어드는 생산인구의 대체 수단이기도 하다. 외국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잘 따져보고 설계도를 그려야 한다.

-- 외국인에게 거부감을 드러내거나 혐오 표현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 국내 체류 외국인이 250만 명인데 재외동포는 세 배인 750만명이다. 이주민을 차별하면서 재외동포가 현지인에게 대접받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해외여행에 나서는 국민도 연간 2천만 명에 이른다. 외국인에게 혐오 표현을 하는 것은 스스로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행위를 저지르는 셈이다. 외국인이 우리 것을 빼앗아간다고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우리나라에 기여하는 점이 훨씬 많다. 외국인이 내는 비자 수수료, 각종 증명서 발급 비용, 범칙금이나 과태료 등으로 이민통합기금(가칭)을 조성해 적절한 분야에 쓴다면 반외국인 정서를 줄이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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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김도균 한국이민재단 이사장이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한국이민재단의 설립 취지와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중국 국적 동포(조선족)에도 반감을 품는 사람이 적지 않다.

▲ 200만명의 중국동포는 갈등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자산이다. 이들이 교두보 역할을 해준 덕분에 한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 가운데 80만 명이 우리나라에 와서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분야의 산업인 3D업종의 인력 공백을 메워줬다. 이들이 아니면 누가 집에서 아기를 키우고, 병상에서 환자를 돌보고,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고, 건설 현장에서 등짐을 졌겠는가. 이제는 이들이 일자리를 창출해 한국인을 고용하고 있다. 나아가 남북통일의 촉매 구실을 할 소중한 존재이기도 하다.

-- 어제(3일)는 재외동포법이 시행된 지 20주년을 맞는 날이다. 제정 때부터 중국동포 문제가 불거져 감회가 깊을 듯하다.

▲ 처음에는 광복 전 중국과 러시아 등지로 건너간 동포를 제외했다가 2001년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결정과 2004년 개정에 따라 포함됐다. 칭다오 영사로 근무하던 2007년에는 방문취업제가 도입돼 동포들의 모국 취업 문호가 넓어졌다. 그전까지 브로커에게 1천만 원씩 주고 한국 비자를 샀다가 영사관에 서류만 제출하면 비자를 내주니 모두 감격스러운 표정이었다. 이제는 모국으로 몰려들 취업 희망자도 많지 않은 만큼 취업 업종을 제한하고 체류 기간을 달리하는 비자 구분은 없애야 한다. 동포 정책의 목표는 거주국 주류사회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중국동포에 대한 모국 귀환 정책도 마감할 때가 됐다.

-- 이민정책이 법무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등으로 나뉘어 일관성과 통합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 부처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중장기적인 청사진을 마련하기 위해 하루빨리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 국내 체류 외국인과 동포 문제를 떼놓고 생각할 수 없으므로 이민동포청이 적절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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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합프로그램 10주년을 맞아 9월 15일 방송된 KBS 1TV '도전 골든벨-외국인 특집'에서 김도균 한국이민재단 이사장(오른쪽)이 입상자에게 부상으로 '고향 방문 항공권'을 증정하고 있다. [한국이민재단 제공]



-- 한국이민재단은 어떤 일을 하는가.

▲ 2004년 출입국관리협회로 출범했다가 2009년 한국이민정책발전재단을 거쳐 2010년 한국이민재단으로 이름을 바꿨다. 법무부로부터 사회통합프로그램 중앙거점운영기관으로 지정돼 이민자의 조기 적응을 위한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교재 발간이나 전문인력 양성교육을 한다. 외국인 유학생 출입국 민원 대행 등 체류 지원 사업도 하고 있다.

-- 부임 후 역점을 두는 사업은 무엇인가.

▲ 일회성 지원보다 스스로 독립해 정착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결혼이민자 말고도 유학생이나 관광객 등 전체 외국인에게 필요한 분야가 무엇인지 찾아서 서비스를 펼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나 대학들과 협약을 체결하고 컨설팅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한국이민재단이 건강한 다문화사회를 향한 연대의 구심점이 되도록 힘쓰겠다. 이민자들이 정상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지 못하면 게토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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