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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인터뷰]성폭행범 제압한 가수 에이톤 “업어치기 아닌 ‘발라드 맛집’ 되도록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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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에이톤은 지난달 30일 오전 길 가던 여성을 성폭행하려던 외국인 남성을 제압하면서 화제가 됐다. 그는 “피해자가 실제로 있는 성범죄이다보니 사건이 주목받는 과정에서 피해자분께서 혹여나 2차 피해를 겪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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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영웅은 경찰분들과 시민분들이세요.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저에게 큰 관심이 쏠려서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 2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스튜디오에서 만난 신인가수 에이톤(30·본명 임지현)은 세간의 관심에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지난달 28일 첫 미니앨범 <발라드>를 발매한 그는 뜻밖에도 음악이 아닌 ‘업어치기’로 화제가 됐다. 지난달 30일 길 가던 여성을 성폭행하려던 외국인 남성을 제압한 것이 언론에 보도되며 주목을 받은 것이다.

에이톤은 사건 당일 오전 9시쯤 비명소리에 잠에서 깼다. “잠이 덜 깬 상태로 창문을 내다봤는데 남성분이 여성분을 괴롭히는 듯 했어요. 잠에서 깨서 다시 보니 보통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이 돼서 일단 소리를 질렀어요. 그런데 대꾸가 없어서 그대로 뛰쳐나가게 됐죠.” 에이톤이 남성과 몸싸움을 벌이는 사이 피해자는 근처 교회로 피신했다. 예배를 보던 시민들도 달려나와 그를 도왔다. 에이톤은 주먹을 휘두르며 도망가는 남성을 쫓아가 업어치기한 뒤 바닥에 넘어뜨렸고,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제압했다.



에이톤에게 제압된 미국 국적의 남성은 지난 2일 강간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누리꾼들은 그에게 ‘업어치기 맛집’ ‘시민영웅’ 등의 별명을 붙였다. 에이톤은 “부끄럽고 쑥쓰럽다. 누구나 할 수 있고 당연히 해야할 일이었다”고 했다. “제가 유도 5단이라는 소문이 났는데, 사실이 아니에요. 유도장은 초등학교 3학년 때 3일 정도 다닌 게 전부예요.(웃음) 운동이랑 담쌓은 저질 체력인데, 이번 기회에 운동을 시작해보려고요. 다만 의경 복무를 하면서 방범대에 있었는데 그때 경험이 저도 모르게 나온 것 같아요.”

에이톤은 신인가수 이전에 작곡가 임지현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가수 백지영, 길구봉구, 미교, 이우 등의 발라드 곡을 프로듀싱했다. 특히 그가 작사·작곡한 길구봉구의 곡 ‘이 별’은 가온차트 1억 스트리밍을 돌파했다. 에이톤은 “보컬을 전공했고 원래 꿈은 가수였다. 하지만 실력이 부족한 탓에 기회가 올 때마다 그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 그가 가수의 꿈을 다시 꾸게 된 건 지난 3월 엠넷 <너의 목소리가 보여 시즌6>에 출연하면서다. 에이톤은 “방송을 계기로 좋은 분들을 만났고, 그 덕에 작곡가가 아닌 가수로 앨범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음악활동을 했지만, 음악이 생계를 책임지는 건 아니었다. 그는 “작곡을 하기 전에 안 해본 일이 없다”며 “보험도 팔아보고, 차도 팔고 집도 팔아봤다. 고깃집부터 카페, PC방 아르바이트도 했다. 그 중에서도 대리운전을 꽤 오래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음악을 하겠다는 저를 꾸준히 사랑해주고 응원해주는 주변사람들에게 미안하고 죄 짓는 기분이 들었다”며 “음악으로 ‘속죄(Atone)’하고 싶다는 생각에 예명을 ‘에이톤’으로 지었다”고 말했다.

조금 늦은 시작은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에이톤은 “‘오랜시간 고생을 했다’거나 ‘무명시절이 길었다’는 말조차 사치처럼 느껴진다”며 “작곡가로서 음악을 할 수 있었던 것에도 감사하고, 지금이라도 가수의 꿈을 이룬 것도 감사하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오랫동안 꾸준히 별일없이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끝으로 에이톤은 “피해자가 실제로 있는 성범죄이다보니 사건이 주목받는 과정에서 피해자분께서 혹여나 2차 피해를 겪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크다”며 2차 가해에 대한 우려를 덧붙였다.

“음악과 무관한 일로 이름을 알리게 됐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노래해서 ’업어치기 맛집’이 아닌 ‘발라드 맛집’으로 알려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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