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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홍콩, 그리고 한국 청년들]⑤건주 "종로에서 홍콩처럼 시위가 일어난다면…민중 해방을 위해 1인 시위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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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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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의 ‘송환법’(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며 시작된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가 12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가 폭력에 저항하는 수백만명의 목소리는 국제적 연대의 물결을 만들었다. 저항의 메시지가 적힌 ‘레넌 벽’이 홍콩을 넘어 한국 곳곳에 세워졌다. ‘스탠드 위드 홍콩(Stand with HongKong)’ 해시태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번졌다.

한국에서 홍콩 시민들과의 연대를 이끌어온 청년들은 지난 24일 ‘민주파’가 승리한 홍콩 구의원 선거 이후에도 남은 과제가 많다고 말한다. 아직 ‘더 많은 연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한국 청년 8명은 ‘홍콩 민주항쟁에 함께 하는 한국 청년들 이야기’라는 주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글과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1인 시위도 진행한다.

제안자들은 “(구의원 선거 이후에도) 홍콩과 중국 정부는 5대 요구안 수용을 거부했고 경찰폭력으로 인한 수많은 희생자에 대한 진상규명이라는 중요한 과제도 남아있다”면서 “홍콩 시민들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릴레이 1인 시위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1인 시위에 나선 청년 8명의 이야기를 2~5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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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민주화 지지 시민 모임’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서 홍콩의 국가폭력과 인권침해에 저항하는 연대 집회를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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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를 쓰고 노래를 부르는 건주입니다.

상상해봅시다. 지금 서울. 우리의 일상이 산산이 조각나고 있습니다. 종로 거리에서 경찰은 학생의 가슴에 총알을 박아 넣었습니다. 최루탄을 쏘지 말라며 무릎 꿇고 비는 할머니를 밀어 넘어뜨려 기절시켰습니다. 홍대거리에서 고무탄에 맞아 한쪽 눈을 잃었습니다. 경찰을 피해 도망치다 저 멀리 아래로 추락해 죽었습니다. 만삭의 임산부는 광화문 역 안에서 흰 옷을 입은 괴한들에게 두들겨 맞아 기절했습니다. 지하철 역 안이나 병원, 학교 심지어 집조차 경찰의 폭력에서 숨을 곳은 없습니다. 경찰은 그들이 원한다면 어디든지 쳐들어가 사람들을 때리고 짓밟고 죽였습니다. 경찰은 심지어 서울 구치소에 갇힌 열여섯 여학생을 집단으로 강간하고 임신시켰습니다.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에서 자살로 위장된 사람들의 주검들이 계속 떠오릅니다. 위의 사건들의 장소를 홍콩으로 바꿔봅시다. 모두 올 한 해 동안 홍콩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경찰과 친중 백색테러리스트들에 의한 끔찍한 폭력이 날마다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상이 박살난 자리엔 최루탄 가스와 폭력과 죽음과 분노와 슬픔이 빽빽이 들어찼습니다.

저는 홍콩 관련 뉴스들을 보며 비참함과 애통함을 느낍니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폭력의 순간들을 보며 깊은 분노를 느낍니다. 내가 있는 곳에서 홍콩의 민중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 지 고민하다 나의 미약한 힘에 절망과 좌절감도 느낍니다.

그러나 저는 곳곳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이공대를 사수하는 이들의 눈에서 오월 광주를 보았고 교복을 입고 인간띠를 이은 어린 학생들의 맞잡은 손에서 사랑을 보았고 홍대 앞 광장에 모여 홍콩을 위한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에게서 뜨거운 진심의 연대를 보았습니다. 홍콩 민중이 겪는 고난에 함께 연대합시다. 그들이 더 이상 죽지 않도록 거리에서 일상에서 우리도 함께 싸웁시다. 우리를 애타게 부르는 홍콩 민중에게 너무 늦지 않게 손을 내밀어 함께 합시다.

(홍콩 민중의 5대요구) △송환법 완전 철폐 △경찰 강경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건주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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