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 읽은 동화 속 이야기를 상상해 캔버스에 함축해 놓은 듯한 정일 작가의 작품. 그는 성인이 된 후 파리유학시절 다시 펼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 이는 지금까지도 작가 작품의 주요한 모티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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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살펴보면 그가 일상에서 접한 사물들도 그림에서 찾을 수 있다. 학창시절 우산을 놓고 친구와 싸웠던 기억을 되살려 화폭에 새로운 이야기로 표현하기도 한다. 작가의 경험과 추억에 몽환적인 색채를 입히니 보는 이들을 동화속으로 불러내기도 한다.
'어린 왕자'가 정일 작가에 선사한 것은 유년시절의 순수함과 아름다움, 자유로움이다. 그는 더 나은 삶에 대한 욕망과 갈망으로부터 타협해야하는 현실의 잔인함으로부터 벗어나 캔버스 앞에서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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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에서는 작가의 기존 작품에서 볼 수 없던 화려한 여왕이 등장한다. 그림 속 여인은 17세기 프랑스 여인이 즐겼던 드레스와 부채로 고운 자태를 뽐낸다. 치마 레이스 위에는 달과 꽃, 카드, 구두, 부엉이 등이 화려하게 수놓아져 있다.
여왕은 작가의 아내를 투영한 결과물이다. 자신의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애정을 쏟은 아내를 소중하고 귀한 존재로 표현했다. 작가는 "아내를 같이 동반할 수 있는 인생의 친구처럼 생각한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더없이 사랑해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 존재감 넘치는 여인으로 그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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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같은 작가의 작품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따뜻한 감성이 물씬 풍기는 작품에 대한 작가의 애정도 남다르다. 정일 작가는 "음악의 아버지가 바하다. 독일어로 '바하'는 '시냇물'이다. 이를 동심에 비유할 수 있다. 동화는 없어지지만 동심은 어른들의 아버지라더라. 그래서 우리는 이런 식으로 아름답고 순수한 세계 속에 머물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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