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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엑시트` `사바하` 흥행 뒤엔 제작자 류승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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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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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개봉한 '엑시트'는 한국 재난 영화는 뻔하다는 선입견을 극복하고 손익분기점인 350만 관객을 훌쩍 넘어 942만 관객을 동원했다. 예상치 못한 초대박 흥행 뒤엔 신예 이상근 감독의 재치뿐만 아니라 제작사 외유내강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강혜정 대표와 그의 남편 류승완 감독이 함께 이끄는 이 제작사는 2월 내놓은 '사바하'(손익분기점 230만명)로도 240만명을 동원하며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 오는 18일엔 마동석, 박정민, 정해인, 염정아 주연의 드라마 '시동'을 띄운다.

영화감독 출신 제작자가 선전하고 있다. 연출이 작품 내재적인 부분을 고민할 때, 제작은 영화의 기획부터 예산 편성, 스태프 선정과 마케팅, 스케줄 등 제작 과정 전반을 계획·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영화감독이 제작을 함께 하면 양 부문 사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감독 개인으로선 수익을 극대화할 방법이 된다. 향후 감독과 제작을 겸하는 케이스가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신과 함께' 김용화 감독이 설립한 덱스터스튜디오(류춘호 대표)는 지난달 시각특수효과(VFX) 부문 아시아 최고 학술대회인 시그라프 아시아에서 낭보를 전해왔다. 호주 브리즈번에서 개최된 이 대회 테크니컬 브리프(Technical Briefs) 부문에서 논문을 발표한 것이다. 이 부문은 전 세계 컴퓨터 그래픽스 업체가 논문을 제출해 그 중 소수만이 선택된다. 디즈니, 픽사, 드림웍스, 소니 등 글로벌 최상위권 업체도 이 부문에서 치열하게 경쟁한다.

덱스터스튜디오가 영화계와 학계에서 두루 인정받는 기술력을 갖추게 된 역사는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감독은 2013년 '미스터 고'를 내놓으며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100%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를 선보이는 도전을 했다. 영화는 관객 133만명을 모으는 데 그쳤지만 고릴라 털을 정교하게 표현한 점을 인정받으며 중국 완다그룹, 레노버 등에서 잇단 투자를 받았다. 다수 중국 작품에 참여한 데 이어 2017~2018년엔 덱스터스튜디오 VFX 기술과 김용화 감독 연출력을 더한 '신과 함께' 1, 2편으로 이른바 쌍천만 흥행을 달성하게 된다. 덱스터스튜디오 관계자는 "지난해 7월 덱스터스튜디오의 자회사 덱스터픽쳐스를 설립해 영화·드라마 제작을 담당하도록 했다"며 "덱스터스튜디오에서는 VFX와 DI(디지털 후반작업) 등에 보다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군도' 등 개성 넘치는 필름을 찍어온 윤종빈 감독은 영화사 월광의 대표를 맡고 있다. '검사외전'(970만 관객), '돈'(339만 관객) 등 제작자로 참여한 영화도 히트작 반열에 올려놨다. 최근엔 콘텐츠 기업 카카오M을 대주주로 맞이하며 드라마·영화-배우-플랫폼을 잇는 카카오 울타리 안에 들어가게 됐다. 이 밖에도 '신세계'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박훈정 감독이 '브이아이피'와 '마녀'의 연출·제작을 병행했으며, 김한민·한재림·윤제균 감독이 꾸준히 제작 작품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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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제작까지 도맡는 것의 장점으로는 창작 자율성 제고가 꼽힌다. 작품별 소요 예산이 커지면서 영화현장에서 제작사 입김이 점점 강해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이미 제작자의 권력이 감독보다 강한 현장도 다수다. 김효정 영화평론가는 "한국은 분업이 철저히 돼 있지 않아서 투자자가 작품 전개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며 "개성이 강한 감독일수록 자신의 작품에 개입을 꺼려 제작을 병행할 유인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수익도 무시할 수 없다. 영화의 수익 배분은 전체 매출 중 13%를 부가가치세·영화발전기금으로 뗀 후 남은 부분을 극장과 배급사가 약 45:55로 나누는 순서로 이뤄진다. 이후 배급사가 분배받은 것에서 자신의 몫 10%를 취하고, 나머지 90% 중 제작비를 제한 후, 순이익을 다시 투자사와 제작사가 6:4 정도로 나눈다. 따라서 스타감독은 연출만 했을 때는 수익이 수억~수십억 원 수준에 머물지만 제작까지 함께 했을 때 크게는 수백억 원대까지 수익을 높일 수 있다.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다. 제작자로 참여한 작품이 호평을 받지 못했을 때, 향후 자신의 연출작에 대한 투자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김 평론가는 "연출자로서 명성을 쌓았지만 제작에는 거리를 두는 감독이 여럿 존재한다"며 "제작은 영화감독이 맡았을 때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키기 좋은 분야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예술적 감성 외에 비즈니스적 마인드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있다"고 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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