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내고장 문화] “시 낭송의 가장 큰 선물은 정서적 안정과 평화” 4년 넘게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세종시 시낭송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일보

세종시 시낭송회 회원들이 지난달 30일 세종시 금남면 한 전원식당에서 가진 송년회에서 윤동주의 시 7편을 낭송하고 있다. 세종시 시낭송회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산벚나무 잎 한쪽이 고추잠자리보다 더 빨갛게 물들고 있다 지금 우주의 계절은 가을을 지나가고 있고, 내 인생의 시간은 오후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에 와 있다”(도종환 시인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에서’)

지난달 30일 오후 세종시 금남면 한 전원식당에서 열린 ‘세종시 시낭송회’ 송년모임에서 박경숙 부회장의 낭송이 끝나자 회원과 지인들의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도 시인의 시 낭송에 앞서 고이석 사무국장 등 7명이 윤동주(1917~1945)의 시 7편을 낭송했다. 이어 이선경 회장 등 회원 3명이 박경리(1926~2008년)의 대표 소설 ‘김약국의 딸들’을 낭독했다.

시낭송회는 시낭송가인 이 회장 주도로 만들어졌다. 2015년부터 매주 토요일 세종시 신도심 초려역사공원 내 갈산공원에서 꾸준히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시낭송회에선 나태주 시인 등 지역 출신 시인을 비롯해 고두현ㆍ김응교ㆍ김남조ㆍ허영자ㆍ신달자ㆍ문정희 등 유명 시인의 시를 소개한다. 윤동주ㆍ정지용ㆍ서정주ㆍ조지훈 등의 시도 많이 낭송한다.

낭송은 한 사람씩 또는 혼성 듀엣으로, 때론 서로 연을 바꾸기도 하는등 여러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 회장은 “시가 좋아 다가 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서적 안정감과 인생의 풍요를 느끼게 되고, 세상살이에 지친 우리의 심신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지난달 30일 세종시 금남면 한 전원식당에서 열린 세종시 시낭송회 송년모임에서 회원들이 소설 '김약국의 딸들'을 낭독하고 있다. 세종시 시낭송회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회장은 시낭송은 기본부터 충분히 익히고 또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시 낭송의 기본을 “시의 본질에 충실할 것, 시인의 문학적 사유와 철학 이해, 언어적 문법의 이해, 시의 묘미와 장단 고저의 운율을 통해 어떻게 노래하며 청중과 함께 공유지수를 넓히는가에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 회장은 학교 다닐 때 공부하며 외웠던 시들을 성인이 돼 다시 음미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고교 시설 학력고사를 치르기 위해 공부한다는 이유로 시를 해부하는 것은 시에 대한 모독”이라며 “그 시들을 어른이 돼 재해석하고, 재구성하고, 시인의 마음을 이해해 보자는 측면에서 고교시절 배웠던 시들도 낭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낭송회 회원은 현재 26명이다. 세종은 물론, 대전과 청주 등지에서도 시를 좋아하는 이들이 빠짐 없이 모여든다. 70대의 전직교장과 퇴직공무원, 회사원, 다도강사, 주부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시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뭉쳤다.
한국일보

세종시 시낭송회 회원 등이 지난 9월 21일 세종시 어진동 초려역사공원에서 시낭송회를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종시 시낭송회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구가 고향인 회사원 임기성씨는 세종에 살면서 발음과 억양을 교정하려던 참에 마침 시낭송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참여했단다. 대전에 사는 전직 교장 김호영씨는 시낭송회를 통해 국어교사로 재직할 때 가르쳤던 게 엉터리였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했다. 김씨는 이 모임을 통해 시낭송을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대전평생학습원에서 시낭송 봉사도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성악가(소프라노) 서민경씨가 신입회원으로 가입했다. 회원들은 서씨가 신입 신고를 대신한 가곡과 아리아를 듣는,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다고 즐거워했다.

회원들은 시낭송 전문가로 배출돼 각종 문화행사와 문학의 밤 등에서 초청받아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 회장은 “시낭송회 활동으로 얻는 가장 큰 선물은 정서적 안정”이라며 “나아가 인증서 등을 받고 전문 낭송인이 되거나 시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너무 큰 기대와 욕심을 갖고 낭송회에 참여했다가 포기하거나 떠나는 분들도 있어 안타까울 때도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