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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다수결로 소수 인권을 정하는 사회적 합의는 비이성적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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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심상정·금태섭·김종훈 의원실과 공동주최한 ‘차별금지법 제정,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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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처음 예고된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이 12년째 난항을 겪고 있다. 보수 개신교계는 반발하고, 정부와 국회는 외면한다. 그사이 여성, 이주민·난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과 차별은 심해지고 있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김만권 연세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정치권의 ‘선 사회적 합의’ 주장 등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다수의 합의가 있어야만 소수자에게 ‘내가 이 세상에 똑같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할 권리가 생깁니까. 소수자의 인권을 다수결로 정하는 것보다 더 위험하고 비이성적인 해결방식은 없습니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동성혼을 두고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을 때 합법화가 가능한 문제라 생각한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건 ‘누군가를 공적 영역에서 동등한 동료로 받아들이지 않겠다’에서 나아가 ‘공적 영역에 입장하는 것 자체를 막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움직임은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 시도로 번졌다. 지난달 12일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을 포함한 의원 40명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차별금지 대상 목록에서 ‘성적 지향’을 삭제하고 생물학적 성별만을 성별로 규정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비판이 이어지자 지난달 19일 법안이 철회됐다가 21일 의원 44명이 동일한 내용의 법안을 재발의했다.

김정학 국가인권위원회 혐오차별대응기획단 팀장은 “유엔 인권이사회, 유엔 자유권위원회, 사회권위원회 등 국제 인권기구들은 차별금지 사유에 ‘성적 지향’을 포함한다”며 “인권위법에서 성적 지향을 삭제하는 것은 국제사회 흐름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성적 지향을 삭제하자는 쪽에서는 ‘동성 결혼이 불법이고 성소수자를 처벌하는 나라가 있다’고 하는데, 한국의 국가인권지수와 경제지표는 세계 10위권 안팎이다. 비슷한 국가들과 비교한 근거인지 묻고 싶다”며 “인권위는 성적 지향이 삭제되는 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승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은 “최근 사회운동에서 ‘불평등’이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는 만큼 적극적인 연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만권 연구원은 “차별금지를 법률 수준이 아니라 헌법에 명백하게 규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혜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인권위에 2020년 총선 때 혐오발언을 모니터링하는 사업을 공식적으로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법안 발의요건 10명을 충족시키지 못해 20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발의조차 하지 못했다”며 “21대 국회 제1호 법안으로 차별금지법을 발의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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