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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목포는 항구, 그 이상이다…땅에서 바다에서 하늘에서 만나는 목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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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고하도 해안선을 따라 바다 위에 설치된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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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앞바다에 기다랗게 뻗은 고하도는 용을 닮아 용섬이라 불려

충무공이 점찍은 요충지…해안데크는 ‘신상 관광지’로 각광

|바다에서

요트 타고 다도해 감상하는 비용이 믿을 수 없는 가격 ‘0원’

목포시서 무료 요트 운영…20명 이상 25명 이하 모여야 출항

|하늘에서

북항~유달산~고하도 잇는 국내 최장 ‘3234m’ 해상케이블카

새가 된 듯 발아래 펼쳐지는 수목·원도심 풍경에 감성 폭발


목포는 항구다. 항구를 제대로 즐기려면 배를 타야 한다. 지금까지 목포에서 외지인이 배를 타려면 홍도·흑산도를 가는 유람선이나 여름부터 가을까지 근해에서 갈치 낚시를 하는 소형 낚싯배를 타야만 하는 줄 알았다. 요트를 타고 목포항과 다도해 경치를 감상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그것도 돈 한 푼 안 들이고.

■ 목포에선 ‘공짜 요트’를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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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학도에 자리 잡은 목포요트마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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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서 공짜 요트를 타려면 삼학도로 가야 한다. 간척 공사로 이미 오래전 육지가 된 삼학도엔 이난영공원과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이 있고 내항 쪽으로 목포요트마리나가 자리 잡고 있다. 유달산을 배경으로 새하얀 요트들이 정박한 모습이 이국적이다.

목포요트마리나엔 목포시청 소유의 요트 ‘해맑은호’가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 2009년 건조한 이 배는 목포시가 관광 홍보 목적으로 10년째 운영하고 있다. 목포를 방문한 기업·관공서 등 각종 단체 여행객들에게 무료로 요트승선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목포 시민의 경우 학생과 사회취약계층을 우선적으로 태워준다.

관광객들이 요트를 타려면 한 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된다. 20명 이상의 인원을 모으는 것이다. 요트 탑승정원 때문에 25명을 넘겨서도 안된다. 인원을 채웠다면 목포시청 해양항만과 레저계(061-270-3494)에 전화해 여행 일정에 맞춰 요트 운항이 가능한지 문의하면 된다. 바람이나 파도 등으로 인해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을 제외하면 일년 내내 일과시간 중 언제든 요트를 타볼 수 있다. 이름, 생년월일, 연락처 등을 적은 승선자 명부만 사전에 팩스나 e메일로 제출하면 된다. 승선자 명부 서식은 목포문화관광 홈페이지(www.mokpo.go.kr/tour/theme/sports/yacht)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요트 탑승시간은 통상 40분 정도. 잔잔한 바다 위를 가르며 주변 경치를 즐기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계류장을 빠져나온 요트는 금세 여객선터미널을 지나 목포 내항을 벗어났다. 바다라고는 해도 물결은 호수처럼 고요했다. 초겨울이지만 바람도 그리 차지 않았다. 따뜻한 선실 안 푹신한 소파를 선택한 일행을 뒤로하고 뱃머리에 서서 바닷바람을 즐겼다. 드문드문 지나가는 어선과 항구와 산비탈 달동네 풍경과 멀리 유달산의 우람한 암봉이 눈앞에서 겹겹이 포개졌다. 목포의 과거와 현재가 한눈에 들어왔다. 배를 타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풍경이다. 육지 쪽으로 바짝 붙어 달리던 요트는 신안비치호텔과 목포해양대를 지나 목포대교를 통과했다. 멀리 신항만에는 세월호가 희미하게 보였다. 다시 뱃머리를 돌린 배는 고하도를 지나 목포항으로 향했다. 바다 위부터 유달산 정상까지 점점이 떠다니는 케이블카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목포의 풍경은 이제 케이블카 없이는 떠올릴 수 없게 됐다.

■ 국내 최장 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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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녘 목포해상케이블카에서 바라본 다도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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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해상케이블카는 30여년 전 처음 이야기가 나온 지역의 숙원사업 중 하나였다. 경관·환경 훼손 논란 등으로 진통을 겪은 끝에 2년간의 공사를 마치고 지난 9월 운행을 시작했다. 성인 왕복요금이 2만2000원(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 캐빈은 2만7000원)으로 비싼 편인데도 석 달여 만에 누적 탑승객 40만명을 넘겼을 정도로 인기다. 요즘 하루 평균 탑승객은 7000여명. 10인승 캐빈 55대로 시간당 1000명 넘게 실어나르는데도 주말이면 1만명이 넘게 몰려 대기시간이 3시간에 이른다고 한다.

케이블카는 통영, 여수 등에서 큰 성공을 거둔 뒤 전국 지자체가 앞다퉈 도입하려는 관광상품 중 하나다. 또 케이블카냐는 힐난을 들을 법한데, 목포해상케이블카는 국내에서 가장 긴 3234m의 코스 길이와 유달산 상부에 155m까지 솟은 국내 최고 케이블카 타워 높이 등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국내에서 가장 두꺼운 58㎜의 케이블카 와이어 로프는 1.5t짜리 소형 자동차 170대를 외줄로 끌어올릴 정도의 강도로 안전까지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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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의 경관을 바꿔놓은 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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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는 북항 승강장에서 출발해 유달산 승강장을 거쳐 ㄱ자로 방향을 꺾어 고하도 승강장까지 향한다. 중간 기착지인 유달산 승강장에선 자유롭게 승하차할 수 있고, 바로 유달산 꼭대기에 올라 시내와 바다 경치를 감상할 수도 있다. 북항에서 출발해 종점인 고하도까지 갔다 돌아오는 왕복 코스는 총 40여분이 소요된다.

북항에서 유달산으로 오르는 첫 코스는 새가 되어 하늘을 나는 기분이 들게 한다. 일등바위, 이등바위를 눈높이에서 바라보며 지나다 보면 울긋불긋한 산 능선 틈으로 대학루, 달성각, 유선각, 소요정 등 정자가 여럿 눈에 띈다. 커다란 바위와 수목이 어우러진 풍광도 아름답지만 발아래 펼쳐지는 목포 원도심의 다닥다닥 붙은 집들도 마음을 푸근하게 만든다. 유달산부터 고하도까지는 바다 위를 통과하는 구간이다. 저물녘이라면 먼바다 너머로 일렁이는 석양을 하늘 위에서 감상하는 맛이 색다르게 느껴진다. 케이블카는 11월부터 2월까지 동계기간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금·토요일은 오후 10시)까지 운행한다.

■ ‘충무공의 섬’ 고하도에 오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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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옥선 13척을 겹쳐 쌓은 모양의 고하도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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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앞바다에 기다랗게 뻗은 고하도는 풍수지리적으로 지형이 용을 닮아 용섬이라 불리기도 한다. 유달산에 올라 내려다보면 구불구불 이어진 섬 형태가 용 같기도 하고 뱀처럼도 생겼다. 고하도는 1897년 목포 개항을 전후해 러시아와 일본 등 열강들이 눈독 들이던 섬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임진왜란 때 충무공이 전략지로 활용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순신은 명량대첩 승리 후 고금도로 부대를 옮기기까지 108일간 고하도에 주둔하면서 군량미를 비축하고 전열을 재정비했다. 1597년 10월29일 적은 <난중일기>를 보면 “목포로 갔다가 보화도(고하도의 옛 지명)로 옮겨 정박했다. 서북풍을 막을 만하고 배를 감추기에 적합했다. 섬을 둘러보니 지형이 매우 좋아 진을 치고 집 지을 계획을 세웠다”는 언급이 나온다. 고하도엔 그의 동상과 기념비가 세워진 충무공 유적지도 있다.

목포에서 코 닿을 정도로 가깝지만 고하도는 오래도록 드문드문 배가 다니는 ‘외로운 섬’이었다. 2012년 목포대교가 연결되면서 야트막한 산 능선을 따라 ‘용오름길’이라는 왕복 6㎞의 등산로도 생기고 오가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최근 케이블카 승강장까지 들어오면서 고하도는 목포의 ‘신상’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시에서도 섬을 빙 둘러 해안데크 길을 조성하는 등 인프라 마련에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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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도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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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 승강장 근처에 있는 고하도 전망대는 바다 쪽에서 목포를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경관을 자랑한다. 전망대는 생김새부터 독특하다. 충무공의 명량대첩 승리를 이끈 판옥선 13척을 본떠 만든 컨테이너를 격자형으로 높이 쌓아올렸는데 사방 어디서나 눈에 띈다. 1층엔 카페가 있고 2~5층엔 목포의 볼거리, 먹거리 등을 안내하는 게시물과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옥상까지 계단을 오르다 보면 조금 숨이 차는데, 벽에 써붙인 “끝까지 올라간 보람을 느끼게 해드린다”는 말이 분명 거짓말은 아니다. 길게 뻗은 섬과 이어진 목포대교, 바다 건너 유달산과 원도심이 넉넉하게 펼쳐진다. 바다 위엔 배들이 떠다니고 하늘 위엔 케이블카가 둥실 매달려 가는 풍경을 쳐다보노라면 시간은 한없이 느리게 흐른다.

목포 | 글·사진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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