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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법원, 퀄컴세 빼곤 ‘퀄컴 불공정 행위’ 모두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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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공정위 ‘세기의 소송’



경향신문

퀄컴 관계자들이 2016년 7월20일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 등을 다룬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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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와 특허권 계약 거절

재판부 “프랜드 확약 위반”

라이선스 계약 강제도 인정

휴대폰 값 기준 ‘실시료’엔

“증거 없다” 퀄컴 손 들어줘

퀄컴 “대법에 상고하겠다”


1조311억4500만원이라는 역대 최대 과징금을 놓고 맞붙은 공정거래위원회와 퀄컴 간 ‘세기의 소송’에서 법원은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퀄컴이 모뎀 칩셋 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결론내렸다.

공정위는 퀄컴의 세 가지 불공정 거래 행위를 지목했다. 4일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노태악 부장판사)는 휴대폰 가격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가져간 행위만 적법하고 나머지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첫번째는 퀄컴이 경쟁 모뎀 칩셋 제조사에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Standard Essential Patent)의 특허 라이선스(사용 허가) 제공을 거절한 행위다. 표준필수특허란 표준기술을 구현하는 상품을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한 핵심 특허다.

재판부는 퀄컴이 ‘프랜드 확약’(FRAND·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을 위반해 다른 사업자의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프랜드 확약이란 한 기업의 특허가 기술 표준으로 채택되면 다른 기업에 특허를 공정·합리적·비차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퀄컴은 CDMA, WCDMA, LTE 등 이동통신별 표준필수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특허권자는 프랜드 확약에 따라 다른 기업에 라이선스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퀄컴은 인텔 등 경쟁 모뎀 칩셋 제조사들이 특허 라이선스 제공을 요구하면 거절하는 정책을 취해왔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내부 문서, 프랜드 확약 인지, 모뎀 칩셋 라이선스에 대한 이중적 태도 등을 보면 원고들의 경쟁제한 의도·목적이 인정된다”고 했다.

두번째 불공정 행위는 퀄컴이 휴대폰 제조사에 모뎀 칩셋을 팔 때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강제한 행위다. 재판부는 퀄컴이 LG전자, 삼성전자, 소니, 화웨이 등과 모뎀 칩셋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사례에 비춰보면 “특허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강제함으로써 불이익이 되는 거래를 강제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휴대폰 제조사가 라이선스 계약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경우 일방적으로 모뎀 칩셋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며 “휴대폰 제조사는 원고들의 모뎀 칩셋 공급에 의존하므로 모뎀 칩셋 중단 위험은 휴대폰 사업의 중단 위험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공정위가 지적한 세번째 불공정 거래 행위인 이른바 ‘퀄컴세’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퀄컴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퀄컴은 휴대폰 제조사와 포괄적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휴대전화 가격의 일정 비율을 특허 사용료로 가져갔다. 재판부는 휴대전화 가격을 기준으로 ‘실시료’를 산정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근거나 증거를 공정위가 제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총 10개의 시정명령 가운데 2개 명령은 위법하고 나머지는 적법하다고 결론지었다. 공정위가 매긴 과징금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퀄컴코리아는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했다. 공정위는 “판결 취지를 반영해 시정명령에 대한 이행점검을 철저히 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법원은 총 17회 변론기일을 거쳐 3년 만에 첫 판단을 내렸다. 대형 로펌 7곳이 소송에 참여했다. 소송기록은 7만4810쪽에 달했다. 미국 퀄컴 본사 임원, 파리1대학 법대 교수, 독일의 프랜드 확약 전문가 등 외국인 증인신문도 이뤄졌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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