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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IF] 병코돌고래, 인간보다 더 심하게 오른쪽 많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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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보다 더 지독하게 오른쪽을 선호하는 동물이 나타났다.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돌고래 교신 프로젝트'의 데이지 카플란 박사 연구진은 지난달 27일 영국 '왕립학회 오픈 사이언스' 저널에 "병코돌고래의 99%가 몸의 오른쪽을 더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인간은 오른손잡이가 90%이다.

조선비즈

먹이를 찾을 때 늘 왼쪽으로 회전하는 병코돌고래. 이는 몸의 오른쪽을 먹이가 있는 바다 밑바닥 쪽으로 두기 위한 행동으로 해석된다. 돌고래는 오른쪽 눈과 귀를 더 많이 쓴다는 의미다. /영국 왕립학회 오픈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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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바하마에서 병코돌고래의 먹이 사냥을 관찰했다. 돌고래는 먹이를 잡을 때마다 한쪽으로 회전하면서 주둥이를 모래에 찔러 넣는데, 709번의 회전 중 99%인 705번이 왼쪽 방향이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카플란 박사는 "왼쪽으로 회전하면 오른쪽 눈과 귀를 바다 밑바닥에 가까이 댈 수 있다"며 "돌고래는 몸의 오른쪽을 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돌고래는 입에서 초음파 소리를 내고 먹이에 부딪혀 돌아온 반사파를 감지해 위치를 찾는다. 보통 바다 밑바닥으로 내려가 먹잇감의 위치를 찾은 다음 주둥이를 모래에 찔러 넣어 먹이를 잡는다. 이때 몸을 왼쪽으로 회전해 오른쪽 눈과 귀로 먹이를 추적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돌고래가 몸의 오른쪽을 주로 쓰는 데 대해 몇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돌고래의 식도는 후두에서 갈라지는데 오른쪽이 왼쪽보다 크다. 오른쪽으로 입을 대면 먹이가 오른쪽 식도로 들어가기 쉽다는 것이다. 초음파로 위치를 잡는 데에도 오른쪽이 편하다. 초음파 소리를 내는 발성기관이 머리의 오른쪽에 있다는 것. 카플란 박사는 "가설 차원이지만 사실상 눈이 먼 갠지스강 돌고래가 초음파로 위치를 잡을 때 늘 몸의 오른쪽을 아래로 향하고 헤엄치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또 몸의 오른쪽을 관장하는 뇌 좌반구가 시각과 청각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고 연구진은 추정했다. 모두 검증이 필요한 가설이다.

병코돌고래 외에도 몸의 한쪽을 주로 쓰는 동물들이 있다. 러시아와 호주 과학자들은 2015년 캥거루가 먹이를 먹거나 털을 고를 때 주로 왼쪽 앞발을 쓴다고 발표했다. 캥거루가 두 발로 선다는 점에서 왼손잡이인 셈이다. 사람과 같이 사는 고양이는 성별에 따라 다르다. 암컷은 먹이를 꺼낼 때 주로 오른발을 쓰고 수컷은 왼발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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