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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어머니 13명 생애사 엮은 '하사엄니 화전가'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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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전남 구례 하사마을 엄니들이 그림을 하고 있는 모습. 지리산씨협동조합 제공


전남 구례 하사마을 60∼80대 어머니들 13명의 생애사와 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엮은 책 ‘하사엄니 화전가’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책에는 하사마을 어머니 13명이 시집온 이후 소나무 껍질을 벗겨 밥해 먹던 배고픈 시절, 먼저 간 남편을 향한 그리움, 시집살이의 서러움, 화전놀이 다녀오던 싱그러운 추억 등 생애를 듣고 녹취한 기록을 담아냈다. 4년간 오치근, 박나리 작가가 진행한 그림 수업에서 어머니들이 직접 그린 그림도 함께 곁들여 완성됐다.

책에는 어머니들 인생의 희노애락이 모두 담겨 있다. 호미 들던 손으로 붓과 색연필을 잡고 천천히 그려 낸 어머니 작가들의 그림도 볼 수 있다. 옛 친정집부터 큰애기 때 놀던 모습, 논에 물 대는 풍경, 죽기 전에 해 보고 싶은 것들까지 어머니들의 그림에는 글 만큼이나 무수한 사연이 가득 담겼다.

출간을 앞두고 그림 작업에 참여한 하사마을 어머니 이점님(88) 씨는 “4년간 그냥 그린건데, 이렇게 책 나온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날마다 일기를 써 오신 김귀순(81) 씨도 “스스로 작가로 여기는 마음이 생겨 뿌듯하고 자부심도 생겼다”며 “얼른 책이 나오면 좋겠다. 출간기념회에 가족들을 초대할 생각하니 기쁘다”고 말했다.

이 ‘하사엄니 화전가’는 (재)전남도문화관광재단이 주관, 문화관광부와 전남도가 후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협력하는 2019 전남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으로 지리산씨협동조합이 운영한 ‘구례 하사마을 못다 한 이야기, 그림책이 되다’의 결과물이다.

지리산씨협동조합은 지역에서 뜻 맞는 사람들이 모여 시작했던 소규모 문화기획 단체로 시작됐다. 이제는 20여명 직원이 일하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자리 잡았고, 올해 LH의 소셜벤쳐 성장지원 사업으로 새로운 공간을 열게 됐다.

지리산씨협동조합 임현수 대표는 “저희가 여기까지 온 것은 모두 지역민과 조합원들의 믿음과 자부심 덕분이다”며 “4년간 함께 어엿한 작가로 거듭나신 하사마을 어머니들께 축하와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하사엄니 화전가’ 출간기념회는 오는 13일 오후 4시 전남 구례군 구례읍 봉성로 36 유림회관 2층에서 열린다. 이날 13명의 어머니들과 오치근 박나리 작가와 함께하는 책 이야기 시간과 원화 전시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전남=한승하 기자 hsh6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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