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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연년생 자녀도 입시 다르다” 조국발 쇼크에 뿔난 학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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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달 1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0 대입지원전략 설명회'에서 참석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입시자료를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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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터울 첫째와 둘째의 대입이 제각각이 됐네요. 모든 걸 새로 알아봐야하는 건 지…”

고1·중1 남매를 키우는 직장맘 김모(46·서울 양천구)씨는 대입 개편을 예고한 교육부의 발표를 듣고 걱정이 커졌다. 교육부는 지난달 말 현재 중3이 치르는 대입부터 서울 소재 16개 대학의 정시 비중을 40% 이상으로 늘리고, 중2부터 학종(학생부종합전형)에서 비교과활동과 자기소개서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씨는 “고1 아들은 지금껏 학종을 염두에 두고 내신 관리와 동아리·교내대회에 집중했는데, 중1 딸은 수능 대비부터 시켜야 할 것 같다”며 “첫째가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입시설명회를 다니면서 ‘귀동냥’ 한 끝에 이제 겨우 ‘감’을 잡았는데, 둘째는 다시 달라진다고 하니 답답할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조국 발' 대입 개편에 학생‧학부모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광복 이후 19번째로 꼽히는 이번 개편안이 적용되면 중2부터 고2까지 입시제도, 교육환경, 학생부(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방식이 사실상 매년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교육부가 초등 4학년이 대입을 치를 때는 수능 체제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초‧중‧고 전반으로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연년생이어도 입시가 달라지는 상황이라 어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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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고쳐잡는 유은혜 교육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정하종 기자 = 유은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 룸에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기위해 마이크를 고쳐 잡고 있다. 2019.11.28 ch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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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편으로 고2부터 중3까지 대입에서 수능 위주의 정시 비중이 매년 제각각이다. 고2가 치르는 2021 대입의 정시 비율은 23%이나, 고1은 약 30%로 늘어난다. 지난해 국가교육회의의 공론화 결과로 결정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부정 의혹으로 제기된 학종 불공정 논란에 정부가 다시 정시 확대 폭을 올리면서 중3이 치르는 2023 대입도 영향을 받게 됐다.

교육부는 현 중3이 대학에 진학할 때는 ‘정시 40% 룰’을 적용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대학가에선 여파가 중3에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정시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40% 이상이란 목표를) 조기 달성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때문에 현재 고1이 치르는 2022 대입에서도 정시를 40% 수준으로 확대되는 대학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고1의 대입 전형은 내년 4월 대학들이 시행 계획을 발표해야 알 수 있다. 일반고 1학년 아들을 둔 김모(46‧서울 노원구)씨는 “지금부터라도 정시에 맞춰 공부를 시킬지, 해오던 대로 학종을 준비하면 될지 모르겠다. 당장 이번 겨울방학 때 어떤 학원에 보낼지부터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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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입의 수시·정시 비중.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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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도 학년마다 전형 요소의 차이가 심하다. 교육부는 지난해 현 고1을 대상으로 학생부 기재 간소화 방안을 발표했는데, 1년 만에 중2에 적용될 개선안을 다시 마련했다. 고1은 고2‧고3과 달리 수상실적은 학기당 1개, 자율동아리 활동은 학년 당 1개를 기재할 수 있다. 하지만 중2부터는 수상실적‧자율동아리 활동과 같은 교과 외 활동은 일체 대입에 반영하지 못하고, 자기소개서도 폐지된다.

이에 따라 중2 이하 학생·학부모의 고교 선택 셈법도 한층 복잡해졌다. 중2 자녀를 둔 이모(47‧서울 도봉구)씨는 “자사고‧특목고를 지원하자니 우수한 내신성적을 받는 데 불리할 것 같아 망설여지고, 일반고에 보내자니 정시 대비를 제대로 못 할 것 같아 꺼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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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주요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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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2028학년도 대입부터 논‧서술형 수능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하면서 초등 4학년 이하 자녀를 둔 부모의 불안감도 커졌다. 초4 아들을 키우는 박모(45‧서울 영등포구)씨는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논술은 폐지한다면서 논‧서술형 수능을 도입한다는 게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다.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초4와 초5 두 자녀를 둔 서모(41‧서울 양천구)씨는 “논‧서술형 수능 얘기가 나온 뒤로 목동 학원가에 초등 대상 논술학원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제도 개선도 좋지만, 부작용 여부 등을 충분히 검토한 뒤 신중하게 결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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