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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70돌' 생일잔치, 트럼프 뒷담화·기싸움에 얼룩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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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책임 분담 촉구하며 동맹들 압박

정상들 트럼프 뒷담화...트럼프, 기자회견 취소 귀국

"자유세계 지도자가 웃음·경계의 대상으로 전락"

뉴시스

[런던=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윈필드 하우스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하고 있다. 나토는 창립 70주년을 맞아 이날부터 런던에서 이틀간 회원국 정상회의를 개최 중이다. 2019.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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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뉴시스] 이지예 기자 =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창립 7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개최된 회원국 정상회의는 서구 동맹의 결속을 다지기는커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른 정상들의 기싸움으로 얼룩만 진 채 폐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증액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 피력했다. 일부 정상들이 '트럼프 뒷담화'를 하는 장면이 포착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마무리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서둘러 미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4일(현지시간) '런던 선언문'을 통해 "오늘 우리는 70년 동안의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성공적인 동맹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며 "연대, 통합, 화합은 우리 동맹의 초석과 같은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나토는 우리 집단 방위의 기틀"이라며 "우리는 유럽과 북미 간 지속적인 범대서양 연대를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1949년 창설된 나토는 미국과 유럽의 집단 안보 체제로서 2차 대전 이후 세계 질서를 이끌어 온 서구 동맹의 표본이다. 회원국 정상들은 중국·러시아의 부상, 테러와의 전쟁, 사이버 안보, 군비 경쟁 등 새로운 위협들에 맞설 더 큰 연대와 협력을 다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껄끄러운 입장을 감추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서부터 "미국을 위해 싸우기 유럽에 간다"며 '공정한 책임 분담'을 위해 나토 회원국들에 방위비 지출 증액을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3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대통령과 연이어 회담하면서 이 같은 주장을 거침없이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2%를 방위비로 지출하자는 합의를 지키지 않는 회원국이 매우 많다고 거듭 지적했다. 기준에 미달하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연체'를 하고 있다고 표현했고, 아예 방위비를 GDP 대비 4%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회원국 방위비 지출 증대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유럽 회원국들과 캐나다가 방위 예산을 전례 없이 늘리고 있다며 이로 인해 나토가 더욱 강력해 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런던=AP/뉴시스] 4일 런던 나토정상회의 정상들이 원탁회의를 위해 각자자리로 갈 때 캐나다의 쥐스텡 트뤼도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몇 마디 말을 주고받고 있다. 주최국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트럼프 옆의 중앙부 자리에 착석하려 하고 있다. 전날 영 여왕 만찬이 시작되기 전 트뤼도(48)와 존슨(54)은 프랑스대통령 마크롱(41)과 함께 나이든 트럼프(73)의 "회담 상대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떠버리 장광설' 기자회담 버릇"을 놓고 한참 신나게 험담을 늘어놓았던 것으로 풀 사진단의 비디오가 말해주었다. 2019. 12.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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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국 정상들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주장과 방위비 증액 압박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나토 뇌사 상태' 발언을 놓고 '못된', '모욕적인' 표현이라고 지적하자 자신은 입장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맞받았다.

급기야는 트뤼도 총리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3일 버킹엄궁 피로연에서 트럼프 대통령 뒷담화를 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트뤼도 총리를 두고 '위선적'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GDP 대비 2% 방위비 지출' 약속을 지키고 있는 9개 회원국(미국, 영국, 불가리아, 에스토니아, 그리스, 라트비아, 폴란드,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대표들만 따로 초청해 점심을 대접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이를 '나토 2% 지출자들'(NATO 2%ers)만의 오찬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회의 폐막에 맞춰 예정돼 있던 기자회견을 갑자기 취소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그는 "지난 이틀간 충분한 질문을 받았다고 본다"며 나토가 방위비 증액을 통해 자신의 임기 기간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자화자찬했다.

독일 매체 도이체벨레는 "이번 회의는 나토 군사 동맹의 70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동맹들 간의 긴장으로 얼룩졌다"며 "결속을 축하하는 자리에 미국 대통령과의 충돌이 오점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이번 나토 정상회의 방문은 변덕투성이였다"며 "70년짜리 동맹을 오랫동안 비판해 온 그는 이번에 스스로를 수호자로 삼으면서 다른 동맹들이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고 책망했다"고 강조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비난에 민감한 것으로 악명높은 트럼프 대통령이 '뒷담화' 영상이 공개된 뒤 기자회견을 취소했다며 "소위 말하는 자유 세계의 지도자가 웃음거리와 경계의 대상이 됐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z@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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