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홍콩, 그리고 한국 청년들]⑧문준혁 "당연한 세상을 위해 경남대 10·18 광장에서 1인 시위를 하겠습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정부의 ‘송환법’(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며 시작된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가 12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가 폭력에 저항하는 수백만명의 목소리는 국제적 연대의 물결을 만들었다. 저항의 메시지가 적힌 ‘레넌 벽’이 홍콩을 넘어 한국 곳곳에 세워졌다. ‘스탠드 위드 홍콩(Stand with HongKong)’ 해시태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번졌다.

한국에서 홍콩 시민들과의 연대를 이끌어온 청년들은 지난 24일 ‘민주파’가 승리한 홍콩 구의원 선거 이후에도 남은 과제가 많다고 말한다. 아직 ‘더 많은 연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한국 청년 8명은 ‘홍콩 민주항쟁에 함께 하는 한국 청년들 이야기’라는 주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글과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1인 시위도 진행한다.

제안자들은 “(구의원 선거 이후에도) 홍콩과 중국 정부는 5대 요구안 수용을 거부했고 경찰폭력으로 인한 수많은 희생자에 대한 진상규명이라는 중요한 과제도 남아있다”면서 “홍콩 시민들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릴레이 1인 시위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1인 시위에 나선 청년 8명의 이야기를 2~5일 연재한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정의당 경남도당 청년대변인을 맡고 있는 문준혁입니다. 또한 지방 사립 대학교에 다니는 대학생입니다.

지금 캠퍼스에는 단풍이 예쁩니다. 하지만 저는 낭만적인 대학 생활을 포기하고, 얼굴도 모르고, 국적도 다른 대학생들의 당연한 권리를 위해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레논월을 붙이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대학교는 소위 말하는 ‘지방대’입니다. 우리 학교는 벚꽃이 정말 예쁩니다. 큰 연못과 벚나무들이 널린 캠퍼스는 봄의 낭만을 즐기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나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한국 사회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벚꽃이 빨리 피는 경남에 있는 대학에 재학 중인 저로서는 씁쓸한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 지방에는 벚꽃에 가려진 역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부마 민주항쟁입니다. 올해 기념식이 열린 경남대는 1979년 10월 16일 부산에서 시작된 대학생들의 시위가 마산에 퍼지게 된 시발점입니다.

현재 학생들이 들락날락 거리는 도서관 앞에 모인 학생들은 교문이 막히자 담장을 넘어 마산 시내로 나가 시민들과 함께 민주주의를 외쳤습니다.

부마 민주항쟁은 시위 기간은 짧았지만, 군사독재 정권 18년을 끝내는 계기를 만들었고,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과 함께 대한민국 현대사를 대표하는 민주화 운동 중 하나로 꼽힙니다.

부마항쟁의 정신은 광주로 이어졌고, 항쟁 당시 수많은 고문 피해자를 낳았지만 잊혀진 항쟁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자기가 사는 지역과 대학을 떠나고 싶어 ‘반수’와 ‘편입’이라는 단어가 공공연하게 사용할 정도로 파편화된 대학사회에서 국제연대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일입니다.

그러나 제가 한국의 변방 경남에서 중국 변방 홍콩에 연대하는 이유는 홍콩 대학생들의 항쟁이 잊혀진 항쟁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부마항쟁의 시작에 뿌려졌던 선언문에는 유신헌법 철폐, 공평한 소득분배, 학원사찰 중지, 학도호국단 폐지, 언론·집회·결사의 자유 보장, 반윤리적 기업주 엄단, 전 국민에 대한 정치보복 중단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과거 그리고 현재 한국과 홍콩의 청년은 다르지 않습니다. 내 집 걱정과 취업난, 세대 간, 성별 간, 직업 간, 학력 간 그리고 지역 간 임금 격차, 그리고 언제나 주류 정치에서 배제됐던 것까지, 우리는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이번 연재의 마지막 순서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행동입니다. 저의 다음으로 전국 대학생, 청년분들이 함께 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함께합시다.

문준혁 정의당 경남도당 청년대변인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신문 최신기사

▶ 기사 제보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