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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구글에 망 이용료 강제 어렵지만, 인터넷망 이용 기준은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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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기본입장. 방통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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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ISP)와 콘텐츠제공업체(CP)간의 인터넷 망 이용 계약시 적용되는 가이드라인이 공개됐다. KT 등 통신사와 네이버 등 콘텐츠제공업체 간의 사적 계약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되, 불공정행위의 유형을 해놓은 게 그 골자다. 통신사들은 “더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반발하는 반면, 콘텐츠제공업체는 “가이드라인 제정 자체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가이드라인이 구글과 같은 글로벌 CP에게 망 이용대가 지급을 강제하는 수단이 되기엔 한계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향후 관련 법 해석과 관련 법 제정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는 5일 국회에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 공청회를 열고, 해당 안을 공개했다. 해당 안은 법적 강제력이 없다. 하지만, 전기통신사업법 등 망 관련 법령 해석시 판단 기준이 되며, 국회에 계류돼 있는 글로벌 CP 규제법 통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당 안은 공청회 이후 의견수렴을 거쳐 연내에 확정된다.

가이드라인은 ISP와 CP간의 계약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다만 계약 과정에서 사업자간 불공정 행위와 이용자 피해 방지에 초점을 뒀다고 방통위는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ISP는 국내 중소 CP에 비해 ‘갑’의 위치에 놓인 반면,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벅 CP엔 ‘을’의 위치에 놓였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은 불공정행위 유형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특정 계약 내용의 수용을 강요하는 경우’ ‘불합리한 사유를 들어 계약을 지연·거부하는 경우’ 등을 뒀다. 또 ‘다른 계약 조건과 비교해 상대방에게 현저하게 불합리한 망 이용조건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또 CP에게 ‘인터넷 트래픽의 경로 변경 등으로 인해 이용자의 콘텐츠 이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되는 경우, 사전에 ISP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는 2017년 페이스북이 접속 경로를 변경해 일부 인터넷 속도가 느려져, 페이스북과 방통위가 소송전을 벌였던 것을 고려한 문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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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망 이용 계약 당사자. 방통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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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P들은 가이드라인 제정 자체는 내심 반기면서도 “불공정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반발한고 있다. ISP 관계자는 “글로벌 CP의 망 이용대가 회피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사업자간 협상만으로 이를 해소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의 합리적인 규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P들에게 ‘망 품질 유지 의무’ 등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CP들은 더 격렬하게 반발한다. 이들은 “망 이용계약은 사인 간의 계약이므로, 정부가 개입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또 “불공정과 차별을 이유로 소수의 ISP가 다수의 CP에게 유맇한 계약 조건을 압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내 CP 관계자는 “글로벌 CP는 법적 강제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글로벌 CP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가이드라인을 국내 CP만 따라야 하는 역차별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가이드라인만으로 글로벌 CP가 국내 CP에 비해 망 이용대가를 적게 낸다는 ‘글로벌 CP 역차별’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ISP들이 글로벌 CP에 비해 협상력이 뒤쳐지는 것은, ISP가 해외 통신망을 충분히 갈아놓지 않는 구조에서 기인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은 글로벌 CP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글로벌 CP에 사실조사조차 진행하기 힘든 집행력의 한계는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가이드라인은 사업자간 다툼이 있을 때 정부의 기준이 되고, 시장에 대한 정책 시그널이며, 관련 법 제정에 기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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