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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아프간의 성자' 일본 의사 총격 사망에 추모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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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이상 아프간서 구호활동…'아시아의 노벨상' 수상

유엔 대변인 "분별한 폭력행위"…아프간 무장세력 비난

연합뉴스

2008년 촬영된 나카무라 테츠 사진
[AP=연합뉴스]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에서 30년 이상 구호 활동에 매진한 일본인 의사 나카무라 테츠(中村哲·73) 씨가 무장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에 일본 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다.

나카무라 씨는 4일(이하 현지시간) 아프간 숙소에서 25㎞ 떨어진 관개공사 현장으로 차량으로 이동하다가 무장괴한의 총격으로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동료와 운전사, 경호원 등 5명과 함께 숨졌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아프간의 성자'로 불리는 나카무라는 1984년 아프간 국경 부근에 있는 파키스탄 페샤와르 병원의 한센병 의사로 부임해 아프간과 파키스탄에서 의료지원 활동을 시작했다.

2000년부터 아프간에서 발생한 가뭄 대책의 일환으로 우물파기 등의 사업도 시작했다. 2003년에는 아프간 동부에서 용수로 건설을 시작해 지금까지 1만6천500헥타르(165㎢)의 용지에 물을 공급했다.

나카무라는 이런 활동으로 2003년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했고, 올해 10월에는 아프간 정부로부터 명예 시민권을 받았다.

그가 의료지원을 목적으로 설립한 페샤와르회의 홍보담당 이사는 전날 밤 기자회견에서 "현지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충격과 슬픔에 빠져 있다"며 비통한 감정을 드러냈다.

2006~2007년 나카무라와 함께 현지에서 활동한 아라노 가즈오(荒野一夫·71) 씨는 2001년 나카무라의 강연을 듣고 감명을 받아 교토(京都) 시청을 조기 퇴직하고 페샤와르회의 일원이 됐다고 한다.

그는 아사히신문에 "사람을 묶는 힘이 있는 사람이었다"며 "일본과 아프간의 가교 역할을 하는 사람을 잃어 매우 안타깝다"면서 고개를 떨궜다.

아프간 대통령실 대변인 세디크 세디키도 4일 "그는 아프간 사람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며 애도를 표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도 같은 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아프간에서 가장 처지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데 인생의 대부분을 바친 사람에 대한 무분별한 폭력 행위"라며 아프간 무장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이번 테러를 비난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보도했다.

아프간 수도 카불에 있는 미국 대사관도 트위터를 통해 "나카무라 씨가 어리석은 공격을 받아 숨졌다는 비보에 접해 매우 슬프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일본 언론들은 4명 안팎의 무장괴한이 이동 중인 차량에 총격을 가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는 점에서 계획적인 범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5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번 아프간 총격 사건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대응에 대해 "현재 외무성 및 경찰청을 포함해 관계기관이 제휴해 정보수집에 힘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해외 긴급 전개팀 파견을 포함해 본국(일본)의 지원 방향에 대해 현재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취재 보조: 데라사키 유카 통신원)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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