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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탈북민 대안학교 은평뉴타운 이전 추진…주민 반발로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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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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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에 있는 북한이탈청소년 대안학교 여명학교 전경. /사진제공=여명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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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이하 탈북민) 대상 대안학교인 여명학교를 은평뉴타운 부지로 이전하려는 계획이 주민 반대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충분한 동의 없이 정책을 추진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지나치게 지역 이익을 우선하는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5일 서울시와 여명학교 등에 따르면 서울시와 은평구청, SH공사 등은 은평뉴타운 내 일부 부지를 학교 용도로 바꿔 현재 서울 중구에 위치한 여명학교를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관계부처는 주민을 상대로 이전안을 담고 있는 '은평재정비촉진지구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 공람 절차를 마친 뒤 지난달 27일 공청회를 진행, 의견을 모으고 있다.

여명학교는 북한 이탈 청소년의 적응을 돕는 대안학교다. 2004년 설립됐고 2010년 서울시교육청에서 고등학교 과정 학력 인가를 받았다. 현재 학생은 총 89명으로 이 중 절반가량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학교 측은 이전이 확정되면 2143.7㎡(약 650평) 부지에 건물을 짓고 중학교 과정까지 확대해 180명 규모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은평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역 주민을 위한 편익시설이 들어서야 할 부지의 용도를 충분한 동의도 없이 변경했다는 이유에서다.

공청회 이후 지역 카페 등을 중심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은평구청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조직적인 반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 카페에는 "주민들 의견은 하나도 물어보지 않는다", "지금 학교도 부족한데 은평뉴타운과 무관한 학교를 유치한다" 등 불만이 올라왔다.

학교 측은 주민들의 반대 여론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여명학교가 지금 있는 건물의 계약은 2021년 2월 끝나기 때문에 새 보금자리가 필요하다. 현재 운동장처럼 교육에 필요한 공간도 없고 건물부지도 428㎡(약 130평) 정도로 좁다.

여명학교 관계자는 "새로운 부지에 도서관도 짓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면서 지역 사회와 함께 어우러져서 살고 싶다"며 "편익 시설이 필요하다는 주민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고 그런 부분은 서울시나 교육청에서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탈북민을 향한 과격한 발언을 학생들이 들을까 걱정된다"며 "이번 논란으로 학생들이 상처받거나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탈북민이 다니는 대안학교라는 이유로 반대 여론이 생기는 것은 지나친 지역이기주의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1주일간 은평구청에는 학교 이전을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민원이 30건 이상 들어왔다고 한다. 이 중에는 "강남으로 보내라" "은평구만 피해를 본다" 등 지역 이익을 언급하거나 탈북민학교에 대한 거부감이 담긴 내용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은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과정"이라며 "아직 어떤 방식으로 정책이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김영상 기자 vide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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